112화. 신년(新年)
주경연이 몸을 꼿꼿이 세우고 웃음을 머금고는 진지하게 정각을 바라보며 말했다.
“각아, 별로라고 생각하면 내게 양보해.”
“단념해! 내가 언제 별로라고 말했어? 그런 말괄량이는, 집으로 데려온 뒤에는 잘 조련해야지!”
정각이 단호하게 거절하자, 주경연은 실망한 듯 뒤로 몸을 젖혔다. 그러고는 정각을 보면서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련? 네가 걔를 조련할까, 아니면 걔가 널 조련할까?”
정각이 ‘흥’하는 소리를 내고는 눈을 감고 의자에 기댔다. 주경연은 흔들의자를 까딱거리다가 한참 뒤에 나지막이 말했다.
“주건영의 일은 아버님께서 이미 들으셨대. 그리고 어머님께도 말씀하셨어. 하지만 우스갯소리에 지나지 않지. 방탕한 것에 대해 말하자면 그보다 방탕한 자도 많은데, 그자만큼 멍청하지 않아서 그렇게 되지 않았을 뿐이야. 아버님께서는 그렇게 둔하지 않으셔. 단지 불초(不肖)한 아들 한두 명을 두었다고 해서 작위를 깨뜨리려 하시겠어? 황가만 해도 그런 불초한 자식들이 적지 않다고! 진영후는 집안을 엄하게 다스리지 못했을 뿐 무슨 부도덕한 큰일을 저질렀다고 볼 수 없으니, 큰형님의 그 상주서는 너무 격렬하고 각박해. 아버님께서 진영후부에 변론까지 시켰는데, 무슨 일이 나겠어? 진영후도 겁이 많잖아. 하지만 겁이 많아도 괜찮아. 그게 아니라면…….”
주경연이 깊게 한숨을 내쉬더니 몸을 일으켜 정각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 주건영은…….”
“북쪽으로 보내 충군(充軍)하도록 하겠어!”
정각이 차갑게 말했다. 주경연은 가볍게 기침을 하고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그게 그를 위해서도 좋겠다. 경성에서 그놈이 어디 얼굴을 들고 지낼 수 있겠어? 나가서 수련 좀 하는 게 좋겠지.”
Dukung penulis dan penerjemah favorit Anda di webnov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