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1화. 추문
“왕야…….”
매 이낭은 순간 가슴이 철렁해서 바닥에 털썩 꿇어앉더니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소, 소첩은 그저 세자비께 문안 인사를 드리려고 한 것입니다.”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일단 의심이 들기 시작하자 진남왕은 그녀의 교태 있는 모습마저 눈에 거슬렸다.
‘이 아이는 이제 겨우 열여섯 살이니 실로 꽃다운 나이지. 한창 춘심이 생겨날 나이인데, 나는 벌써 불혹을 넘지 않았는가? 나이 어린 이낭이 야영지에서 왔다갔다 하다가 다른 가문의 공자와 눈이라도 맞으면 어쩌지? 아니면 혹시 밖에서 다른 사내라도 만나려는 건가?’
여기까지 생각하니 진남왕의 얼굴은 더욱 일그러졌다.
남궁월이 그의 안색을 보더니 말을 이었다.
“아버님, 매 이낭은 회임도 했는데 사냥터에 머무르는 것은 아무래도 안전하지 않아 보입니다. 이러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안 되니, 저는 역시 매 이낭이 일단 낙월성으로 돌아가야 한다 생각합니다.”
진남왕은 매 이낭을 빤히 바라보았다.
‘회임을 했으니 체면을 세워 줄까 하고 봄 사냥 대회에 데리고 나왔는데, 이렇게 자기 분수도 모르고…….’
“여봐라, 매 이낭을 왕부로 데려가거라.”
진남왕이 무거운 목소리로 명을 내렸다.
‘매 이낭이 만약 정말 봄 사냥 대회에서 무슨 추문이라도 났다가는, 나까지 망신을 당할 게야!’
“왕야!”
매 이낭의 안색이 일변했다.
‘간신히 왕야를 건드려 세자에게 화를 내도록 손을 썼는데, 세자비가 말 몇 마디로 상황을 다시 되돌려버리다니!’
그녀가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진남왕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여기서 매 이낭과 실랑이할 생각도, 그럴 마음도 없었다.
그때 아낙 두 명이 다가와서 바로 매 이낭을 데리고 가 버렸다.
“아버님.”
남궁월이 전혀 뜻밖이라는 얼굴을 한 소혁을 잡아당기며 부드럽게 말했다.
“세자도 역시 그 점 때문에…… 조금 흥분했던 것입니다.”
소혁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지만, 이는 곧 남궁월이 하는 말을 묵인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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