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화. 총애를 받고 뇌물을 받다 (1)
전창전은 과일 하나하나를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행동으로써 그녀의 벌을 받고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이 벌은 체벌에 비해서 너무나 가벼웠지만, 과일을 다 먹고 난 전창전의 표정은 조금 괴로운 듯 굳어졌다. 너무 신 나머지 치아가 전부 흔들려 두부도 씹지 못할 것 같았다. 입안에서 신맛이 계속 맴돌았다.
당염원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몸을 일으켜 걸어갔다.
뒤에서 따라가던 전창전은 문득 아차 싶었다. 본래 당염원에게 주려던 모든 음식을 자신이 먹어치운 것이다. 비록 맛좋은 음식들은 아니었지만, 배를 채우기엔 충분했다. 그러나 당염원은 과일 한 개밖에 먹지 않았다.
“주인님, 물 좀 드세요.”
전창전이 앞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가 물이 담긴 잎사귀를 건네며 말했다. 물이라도 마시면 좀 나을 것이다.
“안 먹어.”
그러자 전창전이 눈썹을 찌푸리며 다시 권했다.
“주인님, 드십시오.”
당염원은 걸음을 멈추더니 가만히 전창전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난 주인이야. 넌 부하고.”
“알겠습니다.”
전창전은 고개를 숙이고 답했다. 당염원의 차분한 표정과 진지한 말투는 상대로 하여금 귀여움에 가슴 뛰게 만들었다. 감히 더 바라볼 수 없을 만큼.
당염원이 말했다.
“부하는 주인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어. 주인이 싫다면 싫은 거다.”
“예, 알겠습니다.”
전창전은 고개를 숙인 채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띠었다. 당염원을 세상 물정이라곤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라 생각한 그는 그녀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오히려 좋았다.
“그리고 부하는 주인을 항상 따라야 해. 마음대로 떠나면 안 된다.”
당염원은 특유의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또 그랬다간 벌을 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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