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화. 정의 주문 (1)
사릉귀안은 웃음을 머금은 정교한 눈으로 당염원을 바라보았다. 이때 그의 웃음은 평소와 다르게 가볍고 부드러웠다. 그의 뼛속까지 스며든 사혹(邪惑)도 지금만큼은 이 부드러움에 녹아 없어졌다. 그러나 가벼운 말투와 경박한 웃음은 여전했다.
“형수님, 제가 정말 깨끗하고 순수한 형수님의 어린양 같은 성정을 좋아하는 거, 아시죠? 그런데 어쩌죠, 형수님은 어린양이 아니라 검은 늑대였네요.”
당염원의 눈동자가 일렁였다.
사릉귀안은 가볍게 눈을 숙이고 낮게 웃으며 말했다.
“형수님, 행복한 신혼 첫날밤 되세요. 동생은 먼저 물러가겠습니다!”
당염원은 소매 안에서 가볍게 든 손가락을 다시 내려놓고 사릉귀안이 떠나는 모습을 창문 너머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을 가볍게 깜빡이며 입술을 오므리고 멍한 얼굴을 했다.
음.
사실 그 지하 제단은 상당히 위험했다.
……벌을 주는 셈 치지, 뭐.
* * *
하늘에 뜬 보름달은 마치 은쟁반처럼 흠잡을 곳 없이 둥글었고, 찬란한 광채를 발했다.
달빛 아래의 연회장에는 붉은 비단과 불기둥, 소리 없는 고요함만이 가득했다. 온몸에 힘이 없어 쓰러진 하객들, 남아 있는 사릉 가문의 장로, 푸른 옷을 입은 시녀들까지 모두가 놀란 얼굴로 눈앞에 벌어진 아수라장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분명 순식간에 벌어진 일인데, 마치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일어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검은 옷의 사람들이 사릉고홍을 포위했을 때부터 단 한 명도 남지 않고 죽을 때까지, 짙은 피비린내가 공기 중에 떠다녔고, 붉은 양탄자를 타고 똑똑 떨어지는 핏방울 소리가 듣는 이의 오금을 저리게 만들었다.
사릉고홍은 붉은색 혼례복을 입고, 금련홍옥으로 만든 관을 쓰고 있다. 서리에 젖은 백옥 같은 수려한 외모, 고요하고 소리 없는 눈동자는 사릉회인을 응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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