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8화. 흑심 교교
고승풍은 이불을 덮었지만 잠이 들지 않았다.
그는 눈물을 머금은 채 뚫어져라 고교를 지켜보았다.
노후야의 왼쪽 팔을 다시 고정한 고교는 고개를 돌려 고승풍은 쳐다보았다.
“또 왜?”
침상에 누워서 그녀를 보니 유난히 왜소해 보였다. 하지만 벽에 비추어진 그림자는 매우 컸다.
고승풍이 또 물었다.
“너…… 다른 가족이 있어? 그러니까 너희 집에 말이야.”
고교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말했다.
“몰라.”
혈연관계인 가족은 있으나 정을 나눈 가족은 없었다.
그들은 그녀를 버렸다.
딸을 버렸고, 언니를 버렸다.
그리고 그녀도 그들을 버렸다.
어쩜 가족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단 말인가? 고아인가?
고승풍은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더는 묻지 않고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말했다.
“그럼 돌아가지 마. 여기가 좋잖아.”
고교가 속으로 생각했다.
‘돌아갈 생각 해본 적 없는데? 게다가 돌아갈 수도 없어.’
“저기 뭐냐. 응…… 그것도 좋겠다.”
고승풍이 자신의 질문에 혼자 얼버무리며 답했다.
“뭐라는 거야?”
고교는 그의 말을 잘 듣지 못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고승풍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멍청이 누이동생!
잠시 후, 고승풍은 그대로 잠이 들었다.
고교는 고승풍에게 수액을 놓아준 후, 또다시 노후야를 고정한 목판을 모두 정리했다.
문밖에서 거위털 같은 눈이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다. 기승을 부리던 바람은 잠잠해졌고, 밤이 깊어질수록 눈꽃만 차분하게 흩날렸다. 밖은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새벽이 다 되었지만, 고교는 고승풍을 깨우지 않았다.
그녀는 창을 안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밤을 지켰다.
앞에서는 눈발이 날렸고, 지켜야 할 사람들은 그녀의 뒤에 있었다.
* * *
동이 트기 전, 고승풍이 깨어났다.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잤더니 온몸의 원기도 고스란히 회복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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