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5화. 혼사를 논하다
고장경은 정안후부로 돌아갔다.
고승풍과 고승림은 뒷산에서 과일을 따고 있었다.
고장경은 곧바로 방으로 돌아가 덤덤하게 침상에 앉았다.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제야 냉랭하기만 하던 고장경의 표정이 조금씩 변했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옷을 풀어 제쳤다.
그의 목, 어깨, 심지어 손등과 손목에까지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상처 자국이 있었다. 일부 상처에는 아직도 핏방울이 맺혀 있었고, 또 다른 상처는 피가 메마르면서 옷과 붙어버렸다. 고장경은 상처에 붙어버린 옷을 뜯어내며 찬 공기만 들이마셨다.
“아이고! 세자!”
하인은 다 마른 빨래를 안고 방으로 들어오다가 고장경의 몸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누가 그랬습니까?”
그러자 고장경이 눈빛이 싸늘하게 변하더니 다시 옷을 입었다.
“문도 두드리지 않고 들어오느냐?”
“소인, 세자가 돌아오신 것도 몰랐습니다! 소인, 조금 전만 해도 방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잠깐 옷을 거두러 간 사이 세자가 돌아오신 줄은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런데 세자, 어째서 몸이 이 지경이 된 것입니까? 어느 계집애가 그런 겁니까? 밖의 사람입니까 안의 사람입니까?”
하인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신경 쓰지 말아라.”
고장경은 담담하게 일어서서 허리춤의 검을 벽에 걸어두었다.
“네.”
하인은 침상 옆으로 다가가 옷을 갠 다음, 개지 않아도 되는 옷은 그대로 옷장에 걸어두었다.
“어째서 계집애라고 하느냐?”
고장경이 갑자기 물었다.
“보면 딱 알지요. 어느 사내가 손톱을 기르겠습니까?”
“허튼소리 말고.”
고장경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세자가 말씀하지 말라고 하시면 소인 입을 다물어야 하지요.”
하인이 투덜거렸다.
고장경은 검대 옆에 서 있었다. 긁힌 곳이 은근히 아팠는데 검이나 칼의 날카롭고 직접적인 통증과 달리 매우 이상하고 낯설었다.
고장경은 마차에서 그녀가 약에 취해 발작했을 때의 모습을 떠올리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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