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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입건

21화. 입건

주 씨는 이런 좋은 일에 류 씨를 부를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류 씨는 혼자 고교와 주 씨의 대화를 엿듣고 바구니까지 든 채 나타났다.

“작은엄마도 같이 갈게!”

“좋아요.”

고교가 웃었다.

고교와 두 숙모는 산에 가서 버섯을 땄다.

사실 그녀는 목이버섯과 독버섯을 따서 그 둘을 속이려 했지만, 그걸 팔게 되면 무고한 사람을 해칠 수 있었다.

그녀는 그 정도로 부도덕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두 사람을 데리고 자주 보이지 않는 겨울 버섯을 땄다.

두 사람은 바구니를 가득 채우고 나서야 만족스럽게 자리를 떴다.

“정말 돈이 되는 게 맞아?”

주 씨가 반신반의하며 물었다.

“큰어머니, 저랑 같이 가면 돼요. 아주 잘 팔릴 거예요.”

주 씨는 혼자 가고 싶었다. 혼자 팔면 모든 게 그녀의 몫으로, 집안에 보탤 필요가 없었다. 그건 류 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은 고교를 따라나섰다.

“고교야, 이건 장터로 가는 길이 아닌데?”

길을 가던 중, 류 씨는 이상해서 고교에게 물었다.

“지금은 장터가 문을 닫을 시간이에요. 읍의 저잣거리로 가면 더 비싸게 팔 수 있으니, 그리로 갈 거예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자, 두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어느 골목을 지날 때, 고교가 갑자기 말했다.

“뒷간이 급해서 그러니, 큰어머니랑 작은어머니는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래, 빨리 가.”

주 씨가 말했다.

류 씨는 입을 삐죽이며 중얼거렸다.

“게으른 게 똥오줌도 많네!”

고교는 골목을 지나 회춘당의 후문을 열고 들어갔다.

일각(*一刻: 15분) 후에야 고교는 돌아왔다.

“왜 이리 오래 걸려?”

류 씨는 불만에 가득 차 있었다.

고교는 담담하게 웃었다.

“배탈이 나서요.”

주 씨가 바삐 말했다.

“됐어, 도대체 저잣거리가 어디야? 빨리 가서 산물을 팔아야 해, 시간이 지나면 신선하지 않다고!”

“네.”

고교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교는 두 사람을 데리고 앞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사람이 옆에 있는 골목에서 튀어나왔다. 고교는 피하지 않고 그 사람과 정면으로 부딪혔다.

부딪힌 남자가 바닥에 넘어지자, 고교는 낫을 쓱 꺼내 들었다.

“네가 감히 나를 쳐?”

남자는 황당했다. 이봐, 둘 중에 누가 사람을 쳤는지 안 보이는 거야?

고교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 사람에게 낫을 들이밀었다.

빠르게 싸움이 일었다. 그 사람의 보따리는 고교에 의해 바닥에 떨어졌고, 그는 보따리를 미처 줍지도 못하고 낫을 든 고교에 의해 수백 미터나 쫓겼다.

주 씨와 류 씨는 바닥에 떨어진 보따리를 보자 손이 간지러웠다.

그녀들이 참지 못하고 보따리를 열었더니, 안에는 번쩍거리는 은자가 있었다. 두 사람은 순간적으로 욕심이 생겼다.

이 돈은 그녀들이 훔친 것도 아니고, 빼앗은 것도 아니며, 그저 길에서 주운 것이다.

주웠으니, 이제 임자는 그녀들이 아니겠는가!

두 사람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 마음이 통했다. 그 바보 계집에게는 하나도 남겨주지 않고 가져갈 것이다.

두 사람은 정신없이 은자를 잡았다. 서로 더 많이 가져가기 위해 다투기까지 했다.

* * *

서원 쪽, 소육랑은 밥을 먹은 후 필사한 책을 들고 일품각(一品阁)으로 향했다.

청천촌에도 책방은 적지 않았으나, 가장 큰 책방은 한 집뿐이었다. 이곳은 점심시간에도 장사가 잘됐다.

소육랑이 필사한 책이 가장 인기가 많았기에, 사람들은 모두 그를 알고 있었다.

한 시동(*侍童: 지체 높은 사람 밑에서 시중을 들던 아이)이 그를 친절하게 맞이했다.

“나리, 주인님께서 지금 자리를 비우셨으니, 2층에 있는 회계실로 가서 잠시 기다리시렵니까?”

소육랑이 문을 들어서려 할 때, 갑자기 머슴 하나가 그를 불러 세웠다.

“소육랑 도련님이십니까?”

소육랑이 몸을 돌렸다.

“도련님, 저를 기억하십니까?”

머슴이 웃으며 물었다.

“기억하네.”

소육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는 회춘당의 사람이 아니던가. 여기는 무슨 일로?”

머슴은 머쓱해하면서 입을 열었다.

“그게, 지난번에 드렸던 약을 제가 몇 부 빠뜨렸습니다. 해서 왕 행수님이 제게 소육랑 도련님을 찾아오라 하셨습니다. 혹 지금 시간이 되신다면, 저와 함께 회춘당으로 가서 약을 가져가시지요. 가는 김에…… 의원님도 다시 보시고요.”

보통 약의 양을 잘못 계산하면 바로 보내주면 그만이었다.

회춘당에서 소육랑에게 무료로 진찰받을 기회까지 주는 걸 보면, 아마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괜찮겠지.

소육랑은 회춘당의 머슴과 함께 떠났고, 책장 뒤에 있던 고대순은 혐오스러운 시선을 거두었다.

소육랑이 회춘당에 가서 약을 받고 다리를 보인 후, 머슴이 직접 그를 책방으로 데려다주었다. 두 사람이 마차에서 막 내릴 때, 책방 밖에 있던 유생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들었소? 책방에 도난 사건이 발생했는데, 도둑이 우리 서원 천자갑반의 신입생이라는군.”

“갑반의 신입생이? 이름이 뭐요?”

“고대순!”

소육랑은 책방에 발을 들이지도 않고 곧바로 머슴과 함께 회춘당으로 가서 약을 지었으니, 회춘당 안의 모든 사람이 그를 증명할 수 있었다.

아무도 그를 의심하지 못했다.

고대순은 달랐다. 누군가 그가 2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직접 보았고, 도난당한 사람의 밀실도 2층에 있었다.

도난당한 사람이 나타났을 때, 고대순 외에 2층 전체에는 아무도 없었다.

책방에 와본 사람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듯이, 2층에는 회계실 외에 귀인들의 밀실이 있었다. 밀실은 모든 사람에게 개방되는 곳은 아니었다. 특히 고대순과 같은 가난한 유생은 2층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고대순은 억울해서 큰소리로 호소했다.

“어떤 나리가 내게 책 몇 권 골라서 올라오라고 했단 말이오! 그분은 나와 시론에 대해 담소를 나누고 싶다고 했소!”

고대순은 욕심이 많은 유생이었다. 그는 수재라는 자신의 신분이 많은 편의가 있다는 것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일부러 그에게 다가와 친교를 맺으려는 사람도 있었기에, 그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

“도대체 그 나리가 누구요? 그를 불러내보시오!”

책방의 사람이 말했다.

고대순은 초조해졌다.

“내가 위층에 갔을 때 그는 이미 없었소!”

“여기 있는 분들 중에, 그런 나리를 본 자가 있소?”

사람들은 잇달아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모두 고대순만 눈여겨봤다. 고대순은 천향 서원의 원복을 입고 있었다. 천향 서원의 원생은 어디에서나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고대순은 하필 볼일을 보러 가는 길에 그 나리와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에 목격자가 없었다.

그래서 모두들 고대순이 책을 안고 2층으로 올라가는 것은 보았으나, 고대순이 누군가에게 초대받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도난당한 주인의 시동이 말했다.

“천향 서원의 유생께서 이런 더러운 일을 저지를 줄은 몰랐습니다. 우리 도련님의 짐 속에는 매우 귀중한 물건이 있으니 어서 돌려주시지요. 안에 있는 은자는 가져가도 도련님께서는 따지지 않을 것이나, 서신만큼은 반드시 돌려주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관청에 고할 것입니다!”

고대순은 그야말로 억울해 죽을 지경이었다. 그 나리를 찾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으나, 땅 밑으로 꺼지기라도 했는지 그는 감쪽같이 사라져 아무리 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고대순은 머리를 굴렸다.

“내가 물건을 훔쳤다면, 그 장물은 어디로 갔단 말이오? 내가 그걸 먹었을 리는 없겠고!”

경장은 눈을 가늘게 떴다.

“집에 가서 뒤져보면 알겠지!”

그의 집을 탈탈 털어도 그런 장물은 없을 테니, 고대순은 집을 수색하는 것을 걱정하지 않았다.

결국 고대순은 스스로 발등을 찍고 말았다.

포졸들이 고씨 집안에 들이닥쳤을 때, 주 씨와 류 씨는 막 집에 도착해 뒷마당에서 은자를 파묻고 있었다.

포졸들은 그것이 잃어버린 장물임을 금방 알아챘다.

고교의 꿈속에서, 소육랑은 뒷마당의 잔디와 외벽에 있는 발자국을 통해 범인이 창문을 타고 들어와 단독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키는 6척. 오른발이 왼발보다 깊게 찍혀 있는 것을 보아 범인은 왼발을 약간 절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2층을 타고 오른 것을 보아 심각한 상태는 아닌 것 같았다.

또한 어느 정도 솜씨가 있는 놈으로, 첫 범행은 아닌 듯했다.

사건 현장에 있던 발자국에는 석회와 단향이 섞인 작은 자갈이 남아 있었다. 이건 도박장에만 있는 자갈로, 원래 액막이를 할 때 쓰는 것이었다.

때문에 범인은 도박장의 사람이거나 도박꾼으로, 돈을 훔치면 저자 근처의 노름판에 갈 것이 분명했다.

고교는 저잣거리로 가는 길목을 지키고 있기만 하면 됐다.

안타깝게도 고대순은 소육랑이 아니기에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다.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지 못하고 주 씨와 류 씨가 옥에 끌려가는 것을 눈을 빤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 *

회춘당의 회계실 안, 둘째 주인은 유유히 차를 들이켰다. 기분이 아주 좋아보였다.

왕 행수가 그를 한번 쳐다봤다.

“사람 하나를 망쳐놓고, 그리 즐거우십니까?”

맞다. 둘째 주인이 바로 고대순을 2층으로 부른 그 신비로운 나리였다.

둘째 주인은 웃으며 손가락 세 개를 내밀었다.

“하나가 아니라 셋이다.”

왕 장거는 몸서리를 쳤다.

“그 계집도 참으로 독합니다.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자기 가족을 그리 만들다니, 이런 사람과 일하면…… 우리도 조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둘째 주인은 끊임없이 흘러가는 거리를 보며 말했다.

“자네가 뭘 안다고? 남의 고통을 직접 겪은 게 아니라면, 선량함을 함부로 요구하지 말게.”

왕 행수는 그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비록 둘째 주인의 부하였지만, 둘째 주인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 그가 후씨 집안의 적자라는 것과, 아버지의 신임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만 알고 있었다.

둘째 주인은 싱그럽게 웃으며 차를 마셨다.

“그 여인, 날이 갈수록 맘에 드는군.”

* * *

이 일은 소육랑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소육랑도 깊이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대순이 남의 물건을 훔쳤다는 것만 알았고, 그가 누구의 물건을 훔쳤는지, 또 무엇을 훔쳤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책방에 간 적은 있으니, 학장은 그를 중정당으로 불러내 고대순에 대해 물었다.

“자네가 책방에 갔을 때, 고대순을 봤는가?”

학장이 물었다.

“봤습니다. 하지만 저는 곧 그곳을 떠나 회춘당에 갔습니다. 그 후의 일은 저도 모릅니다.”

이건 진실이었다.

학장은 잠시 가만히 있더니 다시 물었다.

“그럼 고대순이 뒷마당에서 누구와 이야기를 했는지 봤는가?”

소육랑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뒷마당에 가지 않았습니다.”

학장은 머리가 아픈지, 미간을 꾹 눌렀다.

“되었다. 알겠으니 너는 교실로 가 보거라.”

소육랑은 몸을 돌렸다.

그가 문 앞까지 갔을 때쯤, 학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자네가 보기엔 고대순이 정말 도둑질을 한 것 같은가?”

소육랑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건 제가 말할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도난당한 주인이 관청에 신고했기 때문에, 고대순은 관아에 이미 입건되었다.

도둑질을 했든 안 했든, 증거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모든 증거는 고대순을 가리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