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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화. 다른 길을 가다

530화. 다른 길을 가다

순간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참담해졌다.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그럼 계속 이렇게 앉아서 기다리자는 말씀이십니까? 다른 사람들은 벌써 무의 부두 쪽으로 달려가 강을 건너고 있다는 말이 들리던데요? 우리도 그쪽으로 가는 건 어떻겠습니까? 너무 늦으면 배를 찾기도 힘들 겁니다.”

그러자 방 안이 또 한바탕 떠들썩해지며 하나둘씩 어떻게 도망을 가는 것이 좋을지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외부인인 임 노태야는 너무 많은 말을 하긴 곤란해 수염을 쓰다듬으며 홀로 생각에 잠겼다.

육씨 가문 증조부가 소리쳤다.

“왜 이리 소란이냐?! 손님을 앞에 두고 이게 무슨 망신이야.”

방 안이 조용해지자 육건중이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님, 모두들 가문을 생각해서 이러는 거 아니겠습니까. 피난을 가든 여기 남든 미리 계획을 잘 세우셔야 합니다.”

육씨 가문의 증조부가 떨리는 손가락을 들어 허공을 짚으며 말했다.

“우리 식구들이 다 여기에 있고, 우리 가문의 기반도 다 여기에 있는데 도망을 간들 어디로 간단 말이냐? 대영의 오랑캐들이 여기까지 올 거라고 너희가 장담할 수 있느냐? 아직 아무런 기미도 없는데 도망칠 생각부터 하다니. 오랑캐가 오기도 전에 지레 겁을 먹고 스스로 들들 볶으며 명을 단축하는 꼴이로구나!”

하지만 육건중은 계속 여기에 있고 싶은 마음이 없고, 태명부 쪽으로 가고 싶었다. 그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할아버님, 이건 아주 중요한 일이니 천천히 신중하게 논의해 보아야 합니다.”

그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며 이렇게 말하자, 또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육씨 가문의 증조부가 냉담한 눈빛으로 힐끗 그를 보더니 지팡이로 세차게 바닥을 내리치며 말했다.

“그 옛날 선조들께서 여길 지키셨듯이, 우리도 지킬 수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난 여길 떠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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