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9화. 얼음이 얼다 (2)
육 노태야가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주마. 내년이 되면 맡고 있는 가게를 전부 범포에게 넘기고 넌 가서 사당을 수리하고 그 참에 고택도 한 번 보강을 하거라.”
이렇게 되면 육소는 완전히 쫓겨난 것이나 다름없게 되는 것이어서 돌아올 기약이 없었다. 육소는 마음이 텅 빈 것처럼 공허해졌다. 그는 거의 새것 같은 육함의 가죽 장화를 바라보았다. 범포는 사실상 육함 대신 관리만 해주는 사람일 뿐이지 않은가? 육함은 타고난 팔자가 정말 좋은 모양이었다. 그는 공부와 돈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전부 놓치지 않았다. 계략을 짜서 그들을 해치고 가문의 근간을 흔들었지만 그는 여전히 여기에 서서 육 노태야로부터 인품과 학식이 뛰어나다는 칭찬을 받고 있었다. 또 그들 부자가 오랫동안 고생해 쌓아 올린 가업을 편안하게 물려받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난놈이었다.
육건중이 그의 발을 가볍게 치자 육소는 침을 꿀꺽 삼키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예, 할아버지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육 노태야가 담담하게 손을 내저었다.
“사당에 가서 무릎을 꿇고 잘못을 빌고, 네 잘못을 충분히 깨달았다고 생각이 들 때 일어나거라.”
그는 이 말을 한 뒤 더는 육소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육건중에게 지시했다.
“무슨 방법을 쓰든 모직 일은 네가 알아서 잘 처리해라. 직금 모직 공방은 네가 계속 이어서 하고 매보청과의 거래선이 끊어지게 하지 마라!”
“예.”
육건중은 습관적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려 손을 들었지만, 날씨가 너무 추워 땀은 나오지 않았다.
그 두 부자가 가고 난 이후 육 노태야는 범포도 내보내고 육함만 남겼다.
“아까 왜 네 둘째 숙부와 큰형을 대신해서 사정하지 않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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