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화. 거수 천벌 (2)
피투성이가 된 엽락이 입으로 울컥 피를 토해냈다. 거수와 가장 가까이에 있던 그는 누구보다도 심하게 상처입고 말았다. 보아하니 오장육부가 심하게 다친 것 모양이었다. 그는 틀림없이 모든 잘못을 고약운에게 돌렸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두려움으로 가득 차 지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거수는 거대한 머리를 흔들며 고개를 돌리더니 엽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엽락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며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거수가 자신을 향해 올까 봐 몹시도 두려웠다.
“사내놈이군.”
몹시 놀란 엽락이 넋을 놓고 있을 때, 천벌의 거칠고 듣기 싫은 목소리가 고요한 산속에 울려 퍼졌다.
“사내놈은 싫다! 여인을 데려와!”
모두가 알고 있듯 그는 사람을 삼키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데 그에 더불어 또 다른 취미가 있었다.
천벌은 여색을 밝혔다. 물론 인간 사내들처럼 여인의 몸만을 탐하기 위해 그러는 건 아니었다. 여인과 교합할 경우 자신의 실력을 향상할 수 있기 때문에 여색을 즐기는 것이었다.
엽락은 겨우 한숨을 돌린 후, 고약운이 있는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여인이 있다. 네가 먹든 말든 상관없는 여인이지.”
얼굴이 새파래진 모용림이 버럭 소리쳤다.
“엽락!”
“모용 가주, 우리를 위해 저 여인을 내놓게. 천벌은 단지 여인을 원할 뿐이네. 자네의 손녀를 내놓으라는 것도 아닌데, 나한테 감사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엽락은 모용림을 힐끗 보더니 다시 고약운을 쳐다봤다.
“영광스러운 줄 알아라. 네 목숨 하나로 우리 모두의 목숨을 지킬 수 있으니 말이다. 네 목숨이 이렇게까지 값어치 있을 리 없잖으냐?”
고약운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은 물결조차 일어나지 않는 심해처럼 고요하기만 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방금 엽가에게 화를 내던 사람들은 천벌을 보고 공포에 떨며 부화뇌동했다.
“소저, 나는 이런 곳에서 죽고 싶지 않소. 모두를 위해 희생해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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