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화. 그쪽을 알고 싶지 않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주서 산더미도 어느 정도 줄어들었다. 풍묵함은 그제야 붓을 들고 남은 상주서를 열어 천천히 결재했다.
‘적절히 꾀를 부려야지. 정신을 집중해서 일은 하겠지만, 절대로 내 자신을 해하면서까지 하지는 않을 거야. 황제 대부분이 단명하는 이유가 뭔데? 다 과로사지 뭐!’
맞은편에서 풍묵함을 바라보던 풍청백은 화가 나서 이마를 지그시 눌렀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풍묵함이 받은 상주서는 이미 풍청백의 선별을 거친 것들이었고, 진짜 중요한 내용의 상주서는 풍청백의 앞에 있는 것들이었다.
풍묵함이 상주서를 다 읽고 나자, 풍청백은 자신의 앞에 있는 상주서를 다시 건네주며 이를 읽고 나라를 다스리는 법을 배우도록 했다.
“황숙, 그들은 자신들이 황숙의 결정을 좌우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굳이 조정에서 이모 이야기를 꺼내는 걸까요?”
풍묵함이 상주서 두 권을 대충 결재한 뒤, 붓끝을 깨물며 말했다.
그의 말에 풍청백이 그들을 살짝 비웃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들의 진짜 목적은 나에게 답을 듣는 것이 아니라 군신들의 반대 여론을 만들어 사람들을 호도하는 것이다. 훗날, 그런 여론이 조성된 후에도 내가 여전히 독단적으로 행동한다면, 나는 한순간에 민심을 잃고 신망이 땅에 떨어지겠지.”
그 말에 풍묵함은 잠시 숙연해졌다. 그런 방법만큼 악랄한 것이 또 있을까? 황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민심을 잃는 것이었다. 일단 민심을 잃으면 절반의 수를 빼앗기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풍청백을 바라보는 풍묵함의 두 눈이 존경으로 반짝반짝 빛났다.
‘적이 아무리 교활해도 황숙은 상대방의 진짜 의도를 한눈에 간파하시는구나. 그에 비해 겉만 보는 나는 황제감으로 낙점이야. 그냥 황숙을 귀찮게 해서 다시 이 자리를 가져가도록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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