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화. 허탕을 치다
정요는 잠깐 멍해졌다.
‘왜 예상한 것과 다르게 흘러가지? 조모님의 두통을 덜어드렸으니, 조모님이 아주 기뻐하며 나를 다른 눈으로 봐주셔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
정요는 입을 다물었다.
예전의 정요라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 조모님과 적모님은 대립하는 입장이었고, 더욱이 적모님은 늘 조모님의 총애를 받지 못했는데, 그녀가 어찌 양측의 비위를 맞출 수 있겠는가?
둘 중에 하나를 고른다면, 그녀는 시야가 좁은 사람들처럼 적모를 적으로 돌리고 멍청하게 조모님의 비위를 맞추는 일은 하지 않을 터였다.
의술이 낙후되고, 심지어 사람들이 부수로 병을 고칠 수 있다는 것을 믿는 시대에, 맹 노부인 나이의 사람들은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몰랐다. 그때가 되어 정요가 시집을 간 상태라면 그나마 낫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적모를 적으로 돌린 상황에서 그것이야말로 죽음의 길이나 다름없을 것이었다.
생모는 요절하고, 적모는 자신의 딸과 풀기 어려운 응어리가 있으니, 그녀는 그것이 하늘이 그녀의 문을 닫음과 동시에 창을 열어준 것이라 믿었다.
그녀가 충분히 노력하고, 충분히 우수하면, 한 씨의 친딸처럼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끊기 어려운 것이 혈연이었고, 그녀가 백배 잘해도 정미가 조금의 변화를 보이는 것이, 한 씨에게 더 크게 다가온다는 것을 잊고 말았다.
다행히 지금, 적모는 한지의 일 때문에 자신에게 조금 냉담해졌지만, 그동안의 노력은 아직 효과가 있었다. 앞으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서 한 씨가 그녀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바라지 않고, 그저 내버리지만 않으면 성공인 셈이었다.
그리고 맹 노부인은 그녀가 앞으로 신경 써야 할 사람이었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아주 긴 시간 동안 그녀는 노인을 상대로 도박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이미 열여섯 살이었고, 맹 노부인의 건강상태를 보자니, 그녀가 시집가기 전에 일이 날 것 같진 않았다.
정요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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