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화. 평왕(平王)
“큰언니―”
정미는 잠시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관저전에 있던 미친 여인은 누구예요? 궁녀가 ‘마마’라고 부르던데.”
그러자 정아의 표정이 살짝 굳더니 정미를 살짝 쳤다.
“그런 건 알 필요 없단다.”
정미는 정아의 팔을 안고 흔들었다.
“큰언니, 그냥 알려주세요. 궁금한 걸 참기가 가장 힘들단 말이에요.”
이에 정아는 어쩔 수 없이 대답해주었다.
“사실 나도 무슨 일인지는 잘 몰라. 관저전은 황후마마께서 여름에 잠시 머물던 곳이라는 것만 알고 있지. 네가 본 그 여인이 아마 황후마마이실 거야.”
“황후마마요?”
정미는 깜짝 놀랐다.
지금은 귀비가 권력을 쥐고 있었고, 대량의 황후는 사람들에게 잊혀졌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황후가 미친 사람일 줄은 몰랐다.
정아가 탄식했다.
“듣기로는 그렇게 되신 지 오래됐다고 해. 나도 궁에 들어와서야 천천히 알게 되었어. 어쨌든 한 나라의 황후이니, 퍼져나가면 국통(國統)에 좋지 않으니까.”
정미가 용기를 내어 물었다.
“그럼, 왜 황상께선 황후마마를 폐위하시지 않는 거예요?”
정아는 정미를 한 번 때리고는 꾸짖었다.
“간도 크지, 그런 질문을 하다니!”
“큰언니 앞이니까 물어보지요.”
정아는 배를 어루만지며 한숨을 쉬었다.
“어머니께서 네게 말하지 않으셨구나. 나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께서 황후마마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거든. 황후마마는 태후의 친조카고, 연주(燕州)의 명문가 출신이셔.”
태후에겐 아들이 없었기에 어릴 때 생모를 여읜 창경제를 슬하에 두었고, 그래서 창경제가 황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었다. 풍 씨를 황후로 두는 건, 세상 사람들 눈엔 황제가 양모에게 보답하는 것으로만 보였다.
“태후께서 키워주신 은혜가 있는데, 황상이 어찌 황후를 폐위할 수 있겠어.”
정아가 말했다.
정미는 눈을 내리깔고 정아의 말을 들었다. 왠지 마음이 불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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