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9화. 깊은 밤 이야기
“여기가 부엌입니다.”
정효양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인은 부엌 관리인을 불러 문을 열어 달라 청했고, 곧 부엌에서 마흔에 가까워 보이는 한 통통한 여인이 나왔다.
그녀도 정효양을 보자마자 웃으며 반겨주었다.
“효양 공자님은 미모가 아주 수려하시군요. 소인은 강 소왕야께서 오시는 줄 알았습니다. 소왕야께서도 일전엔 종종 한밤중 부엌으로 오셔서 먹을 것을 찾곤 하셨는데 소왕비마마와 혼인 후엔 낙매거 부엌만 찾으시지요.”
그러자 하인도 곁에서 맞장구를 쳤다.
“그렇습니다. 이제 강 소왕야께서도 한밤중 부엌에서 먹을 걸 찾으시던 버릇은 다 고치셨겠지요? 임칠이 얘기하는 건 못 들었던 것 같은데.”
부엌 관리인이 말했다.
“이젠 고치셨나 보지. 소왕야께서 부엌에 와 먹을 걸 찾으시던 그때가 참 그립구나. 효양 공자님은 뭘 좋아하십니까? 뭘 좀 만들어 드릴까요?”
정효양은 거리낌 없이 한 등받이에 걸터앉아 넉살좋게 답했다.
“가리는 건 없으니 그저 배만 간단히 채울 수 있는 거면 좋겠네.”
“하하, 효양 공자님은 어찌 이리 모시기가 쉬운지요. 우리 강 소왕야는 매번 오셔서 제가 만든 양춘면(阳春面)만 찾으셨습니다.”
“그럼 나도 그 양춘면 한 그릇 내주게. 내 불을 지펴 줄 테니.”
부엌 관리인이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 소왕야께서도 늘 불을 지펴주시곤 하셨는데 두 분께선 참으로 닮은 데가 있으시군요. 안 그래도 바깥에서 형양 정씨 둘째 공자님이 강 소왕야를 닮았다는 얘기가 들려오곤 했습니다. 왕비마마께서 귀한 손님이시니 잘 모시라 하셨으니 바로 해드리겠습니다. 어렵지도 않습니다.”
정효양은 잠시 눈썹을 들썩였다.
“경성에 들어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새 바깥에 소문이 났다고?”
“경성에선 단연코 소문보다 빠른 건 없지요.”
부엌 관리인은 국자 하나를 떠 밀가루를 반죽하기 시작했고, 정효양은 곁에서 헛기침을 하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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