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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9화 천하에 명백히 알리다



709화 천하에 명백히 알리다

대장이 쓰러지자, 시위대는 공포에 질려 진강을 바라보았다.

“내 일각(*一刻: 15분)의 시간을 줄 테니 그 안에 즉시 이 문을 열어라. 그렇지 않을 시 황권을 멸시하고 황궁을 피 칠갑으로 만들었다는 죄명을 받을지언정 어떤 사정도 봐주지 않겠다.”

“소왕야, 이……, 일다경(*一茶頃: 30분)의 시간을 주십시오! 즉시 폐하께 아뢰겠습니다.”

부대장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이내 급히 황제의 침전으로 향했다.

몇 년간 궁을 지키는 이들이 바뀌기를 여러 차례 거듭했지만, 감히 진강에게 맞설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곳이 보통 사람들에게야 우러러 보는 황궁일지 몰라도 황손인 진강에겐 어릴 때부터 원하는 대로 들어갔다 나올 수 있는 집과 다름없는 곳이었다.

그런 진강이 피 칠갑을 하겠다고 선언했다면 반드시 그 뜻을 행하리라 모두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진강도 그나마 시위대 대장을 죽일 마음이 없었으니 왼쪽 가슴으로 정확히 빗겨 쏜 것이었다. 진강이 정말 그를 죽이고자 했다면 완벽하게 명치에 화살을 꽂았을 터였다.

* * *

잠시 후, 영친왕이 도착해 차가운 빛으로 황궁 앞에 있는 진강을 발견했다.

“강아!”

진강은 고개를 돌려 영친왕을 바라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문도 이렇게 닫혀있으니 내일 다시 와 이야기하자꾸나!”

영친왕은 진강이 행여 큰일이라도 저지를까 안절부절못했다.

“사흘간 황궁을 열지 않는다는데 전 그때까지 못 기다립니다.”

진강의 말에 영친왕이 깜짝 놀라 물었다.

“어째서?”

“황숙께서 직접 내리신 지시니 황숙께 여쭤봐야지요. 몸도 편치 않으신 분이 휴서 성지를 내릴 여유는 있으시다니 대체 얼마나 심한 병이 드셨으면 이리도 우매해지실 수 있는지 제 눈으로 직접 한번 봐야겠습니다.”

“강아! 말을 함부로 하면 화를 불러들인다는 걸 모르느냐, 폐하를 그런 식으로 말해서는 아니 된다.”

진강은 차디찬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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