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장. 속셈을 간파하다
명이 떨어지자 소팔은 소근언의 눈치를 힐끔 살핀 후, 그간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상세히 늘어놓았다.
“전부터 계속 소 교위에 대해 묻고 다니던 여인이 있었는데, 말로는 자신이 소 교위와 잘 아는 사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소인이 탐문한 결과 그 여인은 소 교위와 조금도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어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던 소팔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제가 말한 이 여인이 바로 지난번에 붉은 과일 상자를 가져왔던 그 사람입니다.”
초름경의 눈에 비치던 장난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소근언은 군영에서 제일가는 사내인 데다 가까운 곳에 몇 개의 촌락이 자리해 있으니, 그가 소저들의 호감을 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를 찾아오는 여인이 그 과일 상자를 가져온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다음에 그 여인이 다시 오거든, 군법에 따라 처리하거라.”
말을 마친 초름경이 발을 걷으며 곧 막사 밖으로 나갔다. 오늘 직접 그 여인을 만나볼 심산이었다.
‘소부는 재주도 좋구나. 그런 대담한 계집을 길러내다니. 군영이 어디 오고 싶으면 마음대로 오고 갈 수 있는 곳이란 말이냐?’
초름경의 어두워진 안색을 본 소팔은 일이 심상치 않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그런데 전하는 군영을 나가지 않으셨나? 어째서 소 교위의 막사에 계셨지?’
소근언은 그 여인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잊고 있었다. 이참에 초름경이 그녀를 처리해 준다면, 그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었다. 그는 본래 여인과 교류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소팔아, 며칠이 지나면 난 군영을 떠난다. 내가 떠난 후에는 매일매일 청소할 필요 없어.”
그렇게 말한 후 소근언은 다시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는 내의를 가지런히 개어 챙겼다. 특히 진운서가 선물한 옷을 갤 때는 손길이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그는 염낭 역시 아주 조심스러운 손길로 짐 속에 집어넣었다.
‘다음 달 초가 되면 떠나야 하는데, 벌써 월말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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