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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4장. 한 발짝만 뒤로 물러났다면

734장. 한 발짝만 뒤로 물러났다면

화상은 피가 묻은 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그리고 입술을 조금씩 벌리며 거울을 향해 소리 없이 말했다.

‘화상, 이번 생은 이렇게 끝나고 마는구나. 다음 생에는 명문 세가에 얽혀 인생을 바치지 말도록 해.

평범한 집안, 심지어 시골뜨기로 태어나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해는 동쪽에서 떠 서쪽으로 지고, 시간은 쉼 없이 흘러간다. 그런 세월에 평온히 몸을 맡기고 서서히 늙어갈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죽음이 가까워지고 나서야 화상은 자신의 내면을 똑바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쾅-

그런데 그때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발소리가 들려왔다. 화상은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흐릿한 형체만이 보일 뿐, 다가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 사람이 자신을 처치하러 온 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누군가 죄를 묻기 위해 왔다는 건, 이미 그 소문이 퍼졌다는 걸 의미했다. 온 도성 사람들이 사운지가 진운서를, 그러니까 현재의 정북후 부인을 연모한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 사랑 때문에 사운지는 여태 장가도 가지 않고 곁에 여인도 두지 않은 것이다. 곁에서 그를 시중드는 사람들도 모두 호위와 사동들이었다.

이 소식은 아마 황후의 혼인보다도 더 도성을 들썩이게 했을 것이다.

화상은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분명 큰소리를 내어 웃었을 것이다. 확실히 그녀는 죽음에 직면해있었다. 권세가 대단한 두 사내가 공모한 덕에 이렇게 죽게 되었다.

‘내 평판을 땅에 떨어뜨리고 날 이렇게 가둬 둔다고 해도. 자기들이 뭘 어쩔 건데?’

그 누구도 그녀가 하려는 일을 막을 수 없었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녀는 제 손으로 직접 그들에게 무엇이 진정한 고통인지를 맛보게 해줄 셈이었다.

아마 지금쯤 진운서는 무거운 마음으로 후부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한동안은 감히 외출할 엄두도 내지 못할 게 분명했다.

“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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