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장. 질풍(疾風)
대제의 기후는 주나라와는 달라서 아직 날씨가 그리 덥지는 않았다. 하지만 벌써 며칠이 지나면 절기상 입하였다. 보통 이맘때쯤이면 개나리는 이미 지고 없었다.
진운서가 꽃밭을 바라보았다. 역시 꽃송이는 모두 지고, 푸른 잎만이 남아 있었다.
“개나리는 매년 피니까요. 잎만 보는 것도 나쁘지 않네요.”
웃기만 할 뿐 조금도 불평하지 않는 진운서의 모습에, 소근언의 죄책감이 더욱 짙어졌다. 그런데 그때, 그가 손을 움직여 옷소매 안에 넣어둔 작은 상자를 쥐었다.
지금 주변에는 사람이 없었고, 산의 경치도 아주 좋았다. 그동안 그렇게 많은 잘못을 저질렀으니, 이걸로 조금이라도 만회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앗, 여기 봐요. 꽃이 몇 송이 남아 있어요!”
소근언이 상자를 들고 앞으로 다가가려 할 때 놀란 듯한 목소리와 함께, 진운서가 자리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녀는 꽃송이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러고 서 있어요? 얼른 앉아 봐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들어 소근언을 끌어당겼다. 이윽고 그녀의 옆에 커다란 덩치의 소근언이 쭈그리고 앉았다.
바로 눈앞에 있는 진운서의 옆모습 때문에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한 소근언은 이내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진운서는 꽃을 감상하기만 할 뿐 그를 쳐다보지는 않았다.
소근언은 천천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지금 그의 손에는 작은 상자가 들려 있었다. 여인에게 선물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그는 몹시 긴장하여 몸을 떨기 시작했다.
진운서는 그에게 수를 놓은 염낭과 내의를 선물했다. 그리고 그는 지금 그 내의를 입고 있었다. 진운서가 만들어준 옷은 그의 몸에 아주 잘 맞았다. 옷감이 아주 부드럽고 몸에 닿았을 때 편안한 것을 보면, 진운서는 분명 은자를 적잖게 썼을 것이다.
그녀가 자신에게 이렇게 베풀어주었으니, 소근언도 당연히 예의를 차려야 했다. 촌락에서 이웃이 배추 몇 근을 가져다주면 청경채로 그 보답을 하는 것과 같은 도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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