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6장. 죽지 못해 살게끔
소 부인은 노부인의 말이 마음에 쏙 들었다. 그녀도 바로 이런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여옥이는 적녀가 아니지만, 평생 입고 먹는데 부족함 없이 여유로운 삶을 살았지요. 그 아이에게 어울리는 좋은 혼처를 구해줄게요.”
노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만 다들 물러가서 짐을 챙기렴. 기왕 이렇게 된 거 마음을 편히 먹자꾸나. 유주에서 성실히 일하다 보면 폐하께서 다시 소부를 불러들일지도 모르잖느냐. 초 군왕을 봐라. 이전에는 아무런 능력도 없는 한량이라 불렸지만, 향현에 다녀와서는 승승장구하고 있잖니. 이제는 그에게 찰싹 붙어서 아부하려는 사람들도 아주 많더구나.”
그녀가 말한 향현이 바로 이 재앙이 시작된 곳이었다. 막 병을 치료하고 돌아온 소 대인은 초연성이라는 놈을 생각만 해도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공적은 무슨? 수를 잘 쓴 게지!’
그곳에 갔을 당시 소 대인은 3품 관원이었다. 그러니 품계로 보자면 초연성과 소근언은 모두 그의 지시를 따라야 마땅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겉으론 그를 따르는 척하면서, 뒤에서는 몰래 결탁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계곡물이 불어났을 때 왜 그들은 멀쩡히 살아나오고, 소 대인 혼자서만 계곡에 갇히게 되었겠는가.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두 사람이 파놓은 함정이었다. 판을 짜놓고 그가 안으로 뛰어들기를 기다린 것이다. 이후 향현에서 돌아온 두 사람은 모두 품계를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그에 반해 소 대인은 오히려 3품에서 6품으로 강등되었다.
자신의 허물을 지적하던 소근언을 생각하자, 소 대인은 이를 악물었다. 누가 조정 관원의 뒷조사를 할 생각을 하겠는가?
‘그런 케케묵은 일들이 뭐 그리 대단한 잘못이라고!’
게다가 그의 못난 딸은 온종일 사고를 치고 다녔다. 애써 마음속의 노기를 감춘 소 대인은 소매를 떨치며 대청의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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