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장. 그녀
진선은 진운서를 노려보며 얇은 입술을 살짝 열었다. 서늘한 바람이 귓가를 파고드는 것처럼 피부에 닿는 공기가 싸늘하게 느껴졌다.
“셋째야. 그렇게 놀란 모습으로 돌아온 걸 보면 무슨 큰일을 겪은 모양이구나. 하지만 사황자 전하께서 평소 일을 어떻게 처리하시는지 생각해 보면, 너를 죽이지 않은 것만 해도 크게 선심을 쓰신 거야.”
진선이 이런 독한 말을 어디에서 들어보았겠는가?
‘나를 죽여? 사황자가 왜 나를 죽인단 말이야?’
그는 그저 진선의 눈앞에서 다른 죄인들을 벌했을 뿐이었다.
‘언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진선이 연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큰언니.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이에요, 전 절대로…….”
진운서가 즉시 그녀의 말을 끊었다.
“사황자부로 가려는 속셈을 품었기 때문에 부를 나갔던 거 아니니? 평소에 아무런 말도 안 했더니, 정말로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줄 알았어?”
조금의 떨림도 없는 단호한 목소리였다. 말투에는 싸늘한 냉기가 배어있어, 진선은 한마디도 반박할 수 없었다.
큰언니는 속여 넘기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언제나 진선의 앞에서 환하게 웃어주던 사람이지만, 사실 큰언니는 진즉에 그녀의 속마음을 전부 꿰뚫고 있었다.
진선은 가슴이 떨려 와서 입술을 꽉 깨물었다. 큰언니는 정말 무서운 사람이었다. 겉으로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척하면서, 사실은 모든 일을 파악하고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것 아닌가!
두 사동이 몸을 꿈틀거리는 진선을 제압했다. 달빛을 받은 몽둥이는 차가운 빛을 뿜어냈다.
매 맞는 일은 피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진선은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고개를 빳빳이 들고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을 주어 말했다.
“이 일은 언니의 처벌에 맡기겠지만, 저는 양심에 조금도 거리낌이 없어요. 예전에 그 안채에서 언니의 대여종이 ‘셋째 아가씨는 세상 물정도 모르는 촌뜨기’라고 말했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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