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장. 선물도 가지고 왔네
“이렇게 곱고 연약한 여식에게 소 대인이 매를 든다고?”
초름경이 가볍게 웃었다. 하지만 그의 미소 뒤에는 위엄과 싸늘한 기색이 여전히 자리해 있었다.
“소 소저를 부로 돌려보낼 때 반드시 소 대인께 ‘호독불식자(*虎毒不食子: 호랑이가 아무리 사나워도 제 새끼는 잡아먹지 않는다)’라는 말을 전하겠소. 그런 잔인한 평판이 퍼지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소 대인도 잘 알고 있을 것이오.”
대제의 고관대작 가문이라면 그 안에서는 다툼이 끊이지 않더라도 겉으로는 화기애애한 척을 해야만 했다. 그 어떤 추잡한 소문도 밖으로 퍼져나가서는 안 되었다.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다른 이에게 꼬투리를 잡혀 조정에서 탄핵될 수도 있었다. 자기 집안도 화목하게 다스리지 못하면서, 조정에서 무슨 일을 하겠는가?
“이 찬합은 가지고 가서 아버지께 효도하는 데 쓰시오. 조정의 관리들에 비하면 군의 교위는 아무것도 아니지. 하지만 그 사실이 무작정 찾아온다고 해서 아무나 그를 만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건 아니오.”
초름경의 차가운 목소리가 바람에 실려 귓가에 닿아오자, 소여옥은 순간 찬물을 한 바가지 뒤집어쓴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찾아오다 보면 소근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반드시 소근언이 소여옥 자신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었다.
오늘은 운이 나빴다. 이곳에서 사황자를 만나게 될 줄이야! 큰언니 소석의 일로 소부는 이미 군영과 갈등을 빚었다. 그러니 이제 모든 화는 소여옥 자신에게 쏟아질 게 분명했다.
병사 두 명이 다가와 자신을 붙잡으려 하자, 소여옥은 다신 예전처럼 낭패를 보고 싶지 않았기에 허리를 펴고 꼿꼿이 버텼다.
“전하, 소녀는 이렇게 함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도성의 귀족 가문들은 모두 교위를 시시하고 하찮게 여기지요. 하지만 저는 그들과 달리 병사들을 아주 존경해왔답니다. 소 교위께도 오로지 존경하는 마음을 품고 있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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