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화. 십리도화 (1)
“세자!”
밖에서 청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가져 왔느냐?”
용경이 천월을 놓으며 물었다.
“네!”
청영은 열린 창문으로 작은 보따리를 던져주었다.
보따리를 여니, 안엔 옷 2벌이 들어있었다. 한 벌은 먹색으로 된 비단옷, 이건 크기를 보니 용경의 옷이었다. 나머지 담청색에 담녹색 주옥이 새겨진 이 화려한 능라가 바로 천월의 옷 같았다. 크기도 딱 천월의 것이었다.
천월은 그 옷들을 유심히 바라보다 능라를 들고 병풍 뒤로 향했다. 그러자 용경이 손을 가볍게 휘둘러 휘장을 내려줬고, 그 역시 연옥색 옷을 벗고 먹색으로 된 비단옷을 갈아입었다.
바스락바스락- 병풍을 사이에 두고 방 안 가득 옷 입는 소리가 퍼졌다.
이윽고 천월이 옷을 다 갈아입고 병풍 뒤에서 나오니, 역시 옷을 다 갈아입은 용경이 보였다. 그리고 천월은 용경의 모습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지금껏 용경은 달처럼 하얀 계통의 옷만을 입고 다녔다. 이렇게 먹색 옷을 입은 그는 난생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먹색을 입으니 평소 그 부드럽고 우아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마치 옥처럼 빛나는 먹색 비단 옷 속에 무언가 날카로움을 숨기고 있는 것 같은, 꼭 다른 사람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왜? 이상해?”
용경도 천월의 이상야릇한 눈빛을 보고 눈썹을 까딱였다.
“아니, 멋져요! 근데 왜 당신이 흰색이 아니면 안 입는지 알 것 같네요.”
천월의 말에, 용경은 더 의문스런 얼굴이 됐다.
“왜?”
“흰색이 그간 당신의 위압감을 가려준 거였네요. 먹색 옷을 입으니 정말 세상 최고로 존귀해보여요. 안 그래도 폐하는 영 왕가를 탐탁지 않아 하시는데 폐하 앞에 먹색 옷을 입고 나타난다면 정말 당신을 살려두고 싶지 않으실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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