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화. 신방 구경 (3)
천월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서로 같은 잘못을 하고 자신만 쏙, 빠져나가는 느낌에 죄책감이 들어 헛기침을 한 후, 가엾은 야경염을 위해 입을 열었다.
“용경,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응? 그럼 어떻게 하지? 아니면 오늘 밤, 우리의 동방화촉에 염 소왕야를 초대할까? 더 잘 배우실 수 있게? 네 생각은 어때?”
순간 천월은 표정이 급변해 온몸까지 떨었다.
“아니, 아니에요. 됐어요…….”
“됐다고?”
용경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응, 그냥 저기서 오라버니와 새언니를 보는 편이……, 좋을 것 같네요…….”
천월이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론 울분을 삭였다. 기와를 뜯어낸 곳은 신방과 딱 3척 거리라 뒷모습만 겨우 보이는 그런 위치였다. 하지만 천월은 이 압도적인 존재감을 가진 남자를 꺾을만한 담이 없었다.
“착하네, 참으로 이해심이 깊구나.”
용경이 아름답게 웃으며 천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뒤에선 계속 가련한 야경염의 소리가 들려왔지만 천월은 그를 도와줄 수 없어 고개도 돌리지 못했다.
‘그래도 오라버니는 신방의 소리라도 들을 수 있잖아요…….’
천월은 속으로 야경염이 훨씬 더 나은 신세라 위로 아닌 위로를 보내며 미안함을 합리화했다. 용경도 갑자기 얌전해진 천월을 보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와 손을 잡고 서풍원을 떠났다.
야경염도 천월의 축 처진 어깨를 보고 희망이 없음을 직감했다. 마음이 울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높은 지붕엔 온통 바람 부는 소리만 가득했고, 다행히 용경이 목소리까지 막아둔 건 아니라 있는 힘껏 소리는 칠 수 있었다.
“여봐라! 본 소왕을 집으로 데려가라!”
이내 어디선가 은위 한 명이 나타나 야경염을 데리고 하늘을 날아갔다.
* * *
한참을 용경과 함께 걷던 천월은 문득 희당에 있어야할 용경이 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인지 의문이 피었다.
“용경, 그런데 어떻게 나온 거예요?”
“폐하께 피곤하다고 말씀드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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