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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

대순국(大舜國)의 태자와 공자들이 수학하던 아름다운 무애해각.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인 그곳에서 옥형선생(玉衡先生)의 손녀이자 대순국 최고의 재녀였던 옥종화는 목숨을 잃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무애해각이 아닌, 지금은 가세가 기울어진 지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모두가 그녀를 지씨 가문의 적장녀 지온 소저라고 부른다는 것! 숙부의 농간으로 인하여 혼약자를 빼앗겼다는 연유로 자진을 시도하고, 끝내 실성하고야 만 어리석은 계집. 친부모가 죽고 가산을 전부 숙부에게 빼앗기게 된 불쌍한 아가씨. 이러한 평판에 휩싸인 지온의 몸에 빙의한 것도 모자라, 알고 보니 세상 사람들은 무애해각이 불길에 휩싸였던 연유가 해구(海寇)의 침입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니? ‘아니야! 내 조부님을 활로 쏘아 죽이고 태자 전하를 시해한 이들은 해구가 아니었다!’ 천운으로 인해 지온으로 새롭게 태어나 복수를 다짐하는 옥종화! 그러나 그러려면 그 전에 이 지씨 가문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만 한다! 이전과 다르게 갑자기 기품 있고 재치 있게 구는 조카의 모습에 욕심 많은 숙부네 가족은 허둥지둥하고, 슬기로워 보이는 지온의 모습에 유씨 가문의 대공자 유신지는 끌리고야 마는데! 그리고 그런 지온에게서 그리워하던 여인의 모습을 겹쳐보는 북양왕가의 공자 루안. ‘왜 저 여자를 보면 그 여자가 생각이 나는 걸까?’ 원제: 天芳(천방)

윈지 · Fantaisie
Pas assez d’évaluations
385 Chs

30화. 더는 방법이 없잖아

30화. 더는 방법이 없잖아

능양진인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청옥은 조금도 예상이 되지 않았다.

지난 9년의 세월. 사숙이었던 능양진인은 자신들에게 조금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조방궁의 주지로서 신분에 맞지 않게 직접 자신들을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제 제자인 화옥을 말리지도 않았던 것이다.

조용한 가운데 갑자기 배에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울렸다. 점심을 먹다 잡혀 이곳에 갇힌 후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한 두 사람이었다.

함옥은 지난 이틀간 먹었던 맛있는 저녁을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지온을 떠올린 그녀의 눈에 작은 희망의 빛이 돌았다. 함옥은 청옥에게 속삭였다.

“사저, 우리가 돌아가지 않았으니까 지 사저도 우리에게 일이 생긴 걸 알고 있겠지?”

함옥의 생각을 짐작한 청옥이 되물었다.

“사저가 와서 우릴 도와주길 바라는 거야?”

고개를 떨군 함옥이 이윽고 다시 입을 열었다.

“전에 그렇게 우리에게 당부했던 것도, 화옥이 이렇게 우릴 모함할 걸 예상했던 거잖아, 그치?”

“그렇지…….”

“화옥이 이렇게 나올 걸 어떻게 안 걸까?”

함옥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묻자 청옥이 조용히 대답했다.

“내 생각엔, 그냥 만일을 생각했던 거 아닐까? 그날 서아 낭자가 우리보고 왜 이렇게 일을 많이 하냐고 물었었잖아. 세가 안에서는 별별 음흉한 일이 많이 벌어지니까 아마 그때 예상을 했던 거겠지.”

“그럼 지 사저가 우리가 이렇게 된 거 알았으니까, 우리를 혹시…….”

잠시 침묵하던 청옥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너무 큰 희망은 품지 말자. 작은 일이 아니잖아. 아무리 관가의 소저라는 신분이 있어도 함부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더구나 지 사저가 뭘 믿고 우릴 구하러 올 수 있겠어. 그리고 지주가 사저 말을 듣기는 할까?”

함옥도 입을 닫았다.

‘맞아. 사저도 부모님도 모두 돌아가시고 의지할 곳 하나 없는데 우릴 어떻게 구해줘…….’

Chapitre verrouill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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