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더는 방법이 없잖아
능양진인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청옥은 조금도 예상이 되지 않았다.
지난 9년의 세월. 사숙이었던 능양진인은 자신들에게 조금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조방궁의 주지로서 신분에 맞지 않게 직접 자신들을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제 제자인 화옥을 말리지도 않았던 것이다.
조용한 가운데 갑자기 배에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울렸다. 점심을 먹다 잡혀 이곳에 갇힌 후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한 두 사람이었다.
함옥은 지난 이틀간 먹었던 맛있는 저녁을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지온을 떠올린 그녀의 눈에 작은 희망의 빛이 돌았다. 함옥은 청옥에게 속삭였다.
“사저, 우리가 돌아가지 않았으니까 지 사저도 우리에게 일이 생긴 걸 알고 있겠지?”
함옥의 생각을 짐작한 청옥이 되물었다.
“사저가 와서 우릴 도와주길 바라는 거야?”
고개를 떨군 함옥이 이윽고 다시 입을 열었다.
“전에 그렇게 우리에게 당부했던 것도, 화옥이 이렇게 우릴 모함할 걸 예상했던 거잖아, 그치?”
“그렇지…….”
“화옥이 이렇게 나올 걸 어떻게 안 걸까?”
함옥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묻자 청옥이 조용히 대답했다.
“내 생각엔, 그냥 만일을 생각했던 거 아닐까? 그날 서아 낭자가 우리보고 왜 이렇게 일을 많이 하냐고 물었었잖아. 세가 안에서는 별별 음흉한 일이 많이 벌어지니까 아마 그때 예상을 했던 거겠지.”
“그럼 지 사저가 우리가 이렇게 된 거 알았으니까, 우리를 혹시…….”
잠시 침묵하던 청옥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너무 큰 희망은 품지 말자. 작은 일이 아니잖아. 아무리 관가의 소저라는 신분이 있어도 함부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더구나 지 사저가 뭘 믿고 우릴 구하러 올 수 있겠어. 그리고 지주가 사저 말을 듣기는 할까?”
함옥도 입을 닫았다.
‘맞아. 사저도 부모님도 모두 돌아가시고 의지할 곳 하나 없는데 우릴 어떻게 구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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