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9화. 침입자 (1)
영설거는 왕부 본채의 동북쪽에서도 조금 외진 곳에 있었는데, 왕부 소저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었다.
관금운은 이미 그곳에 도착해 있었다. 앞서 두 번 만났을 때처럼 지극히 수수한 차림새를 한 그녀는 언행도 자연스럽고 점잖았으며, 말투는 봄바람처럼 편안하고 온화했다.
관금운은 남궁월이 온 걸 보고 조금 놀란 듯싶었으나, 곧 아무렇지 않게 앞으로 걸어가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
남궁월은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고, 자신은 그냥 청강하러 온 사람이니 평소처럼 편하게 수업하시라고 간단하게만 말했다.
관금운도 거북해하지 않고, 소용옥이 향을 피우고 손을 깨끗이 씻을 때까지 기다린 뒤 바로 수업을 시작했다.
수업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지도기를 두는 것뿐이었다.
바둑을 두는 것과 지도기를 두는 건 서로 연관 있는 일이긴 하지만, 바둑을 잘 둔다고 하여 지도기도 잘 둔다고 할 수는 없었다.
예를 들어 소비 같은 경우, 저번에 소용영에게 지도기를 같이 두면서 바둑을 가르쳐 준 적이 있었다.
그때 소비는 오로지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전부 다 알려 주려는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갓 입문한 수행자에게 스승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 스승이 가르쳐 줘서 기억은 하지만 스스로 깨우치지 못한 지식은 겉에서만 떠돌 뿐, 오늘은 기억해도 다음 날이 되면 다시 잊어버린다는 이치를 몰랐었다.
그러나 관금운은 확실히 명사(名師)였다. 차근차근 잘 타일러 가르쳐 주고, 수를 놓을 때마다 무슨 의도로 그 수를 놓았는지도 설명해 주었다.
또한 그녀는 소용옥이 수를 놓을 때마다 그 수의 이점과 폐단에 대해 알려 주면서 조언도 덧붙이고, 가끔씩 적당히 격려도 해 주곤 했다.
바둑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소용옥을 보면서 남궁월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남궁월은 두 사람의 수업을 방해하지 않고, 일주향 후 혼자 조용히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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