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1화. 죄업 (2)
그날 밤, 남량 대군이 성 밑에 들이닥쳤을 때 안정성은 위태위태했었다.
아버지와 오라버니 두 명은 수비부를 나가 적들과 맞서 싸웠고, 적모 손 부인은 수비부에 있는 모든 여자 식솔들을 정당으로 불러들였다.
그때부터 그녀들은 사흘 밤낮 동안 그곳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형일은 그때 알고 있었다. 적모가 이미 하인에게 명해 하얀 천들을 많이 준비시켰으며, 제일 안 좋은 계획을 준비해 두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손 씨 가문 여인들은 죽고 싶어 했다. 행여나 남량인들에게 능욕당할까 봐, 절개와 지조를 지키지 못할까 봐 두려워했었다.
그러나 손형일은 죽고 싶지 않았다.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라도 시도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자세히 고려해 본 결과,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바로 조카 손패릉(孫佩凌)에게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아버지와 오라버니 두 명 모두 성문을 지키러 나간 이상 절대로 투항할 리가 없었다. 만약 성이 무너지면 셋 다 죽음을 면치 못할 텐데, 그럼 손씨 가문의 핏줄을 이을 사람이라곤 조카 손패릉만 남게 되지 않겠는가.
적모가 분명히 손패릉을 데리고 도망쳐서 손씨 가문의 핏줄을 지켜줄 사람을 준비해 놓았을 테니, 그게 바로 손형일 자신이 살 수 있는 기회였다.
그래서 남량 대군이 쳐들어온 둘째 날을 기점으로, 손형일은 조카의 환심을 사려고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한 다음 조카를 자신의 품에 안았다.
그런 뒤 누구도 조카를 안지 못하게 하기 위해, 조카가 자신의 곁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도록 몰래 살을 꼬집어서 조카를 울렸다.
그렇게 이틀 동안 그녀는 손패릉을 열심히 돌봐 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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