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4화. 처분
조언옥이 궁문을 나섰을 때는 하늘이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의 뒤에 서서 무슨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던 영조운은 빠르게 그를 향해 다가갔다.
“조 대인.”
영조운의 목소리를 들은 조언옥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
“완이……, 제 말은, 조 소부인께서는 괜찮으신 것이오?”
헛기침을 한차례 한 영조운은 결국엔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 이렇듯 조언옥에게 제완이 잘 있는지 어떤지를 묻는 게 도리에 어긋나는 일임을 그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진심으로 지금 제완이 어떤지가 궁금했다.
아까 그녀를 보고 있으려니, 그의 마음은 정말이지 찢어질 것만 같았다.
조언옥은 살짝 웃어 보였다.
“걱정해 줘서 고맙소. 부인은 괜찮소.”
영조운이 답했다.
“그런 일을 겪었으니, 틀림없이 매우 놀라셨을 듯하오.”
그때, 제 노태야와 제정청이 두 사람을 향해 다가왔다. 두 사람은 모용 귀비가 보낸 사람들에게 보아가 납치됐던 일을 모르고 있었다. 조금 전 서재에서 황제가 살짝 언급하고 난 뒤에야 그에 대해 알게 되었다.
“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
제 노태야가 인상을 쓰고 물었다.
아직은 조언옥이 이에 대해 명확히 알지 못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한 관랑은 직접 사건의 경과를 빠짐없이 제 노태야에게 알렸다.
이를 모두 들은 제 노태야는 한참 동안을 아무 말 없이 잠자코 있었다.
“완이는 왜 입궁했던 것이냐?”
제정청이 심각한 목소리로 묻자, 관랑이 답했다.
“육황자 전하랑 함께 입궁했었는데, 태후께서 사매에게 남으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조언옥은 눈꼬리를 살짝 추켜 올리고는 제정청과 시선을 교환했다. 그리고 이내 두 사람은 노태야와 똑같이 침묵을 유지했다.
어떤 말들은 당장 하고 싶다고 해서 바로 내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세 사람은 오로지 속으로만 각자 추측할 뿐이었다.
출궁한 뒤 한참을 아무 말도 없던 제 노태야는 그제야 조언옥을 향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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