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4화. 결투
곧이어 천환의 배신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다.
“천환의 환형술은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해. 최근에 너도 깨달은 바가 있었을 것이다. 만약 그가 정말로 마음먹고 속이려 한다면 너조차 그의 허점을 찾아낼 수 없으리라는 걸 말이야.”
“성자…….”
현무환은 반박하고 싶었지만 목이 메어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분명 사실이 그렇긴 했다……. 성자의 말투에서 어딘가 모를 공손함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았더라면, 그 역시 그동안 상대가 성자 행세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천환의 목적이 분명하지 않아. 하지만 내일 상황이 급변하면 분명 그도 무언가 행동을 취할 것이다. 만약 그가 본궁을 가장하여 너를 찾아온다면 네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아느냐?”
“…….”
그러나 현무환도 바보는 아니었다. 그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지만 지금 나와 이야기하고 있는 성자가 진짜 성자라는 것을 제가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습니까?”
원래 이런 말을 하면 분명 성자가 화를 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본궁이든 천환이든, 그 진위는 너 스스로 판단해야지.”
성자의 목소리는 다소 싸늘하기도, 웃는 것 같기도,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일개 천환 따위가 본궁을 난처하게 만들 수 있을 줄 아느냐?”
이 오만함, 아니, 지독한 무시는 현무환에게 무언가를 설명해 주고 있었다.
현무환은 그의 오만한 말 뒤에 숨겨진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일개 천환 따위는 그를 난처하게 만들 수 없다.
그저 작은 골칫거리 정도만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또한 이 작은 골칫거리는 그, 현무환까지 연루시킬 수 있었다.
만약 현무환이 진위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 사실이 성자를 난처하게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 일로 성자에게 골칫거리를 가져온다면 성자는 반드시 그를 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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