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화. 단 한 사람을 위해 천하를 등지다 (8)
“알겠소.”
사릉고홍이 웃으며 대답했다.
이미 반쯤 투명해진 얼굴로 짓는 그 부드러운 웃음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워서 모든 중생을 매료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완전히 들린 속눈썹 아래로 보이는 섬세한 두 눈동자는 당염원을 향한 가장 순수하고 진실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원이가 화가 나서 나를 만나지 않겠다고 해도 나는 원이의 화가 풀릴 때까지 쫓아다닐 것이오.”
당염원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난 바보가 아니에요. 당신을 만나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당신에게 복수하겠어요!”
사릉고홍의 눈빛은 더욱 온화해졌다.
염원, 나의 염원.
결국 그는 참지 못하고 이제 거의 투명해져 버린 몸으로 당염원에게 가까이 다가가 몸을 기울였다. 그의 물빛 얇은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거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희미한 입맞춤이었다.
당염원의 담담한 눈동자가 격한 파동을 일으켰다. 그녀는 얼른 손을 뻗어 그를 안았다.
아무것도 없어!
사릉고홍의 몸은 이렇게 부서져 사라졌다.
하늘을 뒤덮고 있던 어둠이 서서히 걷히며 환한 빛이 황량한 대지를 비추었다.
당염원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어머니…….”
아이의 앳된 목소리와 함께 옥을 깎아 만든 작은 인형 같은 꼬마가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 꼬마는 작고 포동포동한 손으로 그녀의 옷자락을 잡으며 연신 애교를 부렸다.
“어머니, 저랑 놀아 준다고 약조하셨잖아요.”
사릉무사는 자신이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보일 때 당염원이 가장 기뻐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당염원이 허공을 붙잡고 있던 손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괴보랑 놀아 줘야지.”
사릉무사가 고개를 들었을 때 물방울 하나가 톡 하고 그의 얼굴로 떨어졌다. 그는 당염원의 손을 잡으며 그녀에게 몸을 가까이 기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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