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2화. 임군사의 각성
아득히 먼 무진산맥 위.
백 장 길이의 흑룡이 바람을 가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먼 곳을 바라보는 용의 푸른 눈은 바닷속처럼 깊었다. 흑룡이 세찬 폭풍을 일으키며 산꼭대기에 서 있는 사람에게로 방향을 틀었다.
산꼭대기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임군사가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산꼭대기에 섰다. 금빛이 도는 남색 장포를 걸쳐 벌거벗고 있던 가슴과 등을 가린 채였다. 훤칠한 몸은 여전히 늘씬했지만 다소 두꺼워져 있었고, 검은 머리칼은 차분히 등 뒤로 늘어졌다.
그에게서 멀지 않은 곳의 나무 꼭대기 위에는 설진이 조용히 앉아있었다. 온몸을 칙칙한 녹색으로 감싼 그의 모습은 일부러 숨지 않아도 사람들이 그의 존재를 발견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 흑룡은 이미 검은 장포를 입은 사내의 모습으로 변신해 있었다. 그러나 침착한 검푸른 눈동자는 변함없이 아득하고 깊었다. 임군사의 앞에 선 그가 설진을 힐끔 쳐다본 후 말했다.
“주인님의 명이다. 돌아가자.”
먼 곳을 바라보던 임군사가 시선을 거두어 흑룡 황아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가 잘생기고 청아한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그의 웃음은 방자하면서도 여유로웠고 눈빛은 시간의 누적에 따라 예전보다 한층 더 깊어져 있었다.
“지존과 함께 낙강하여 세상으로 떨어졌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어. 게다가 지존에게 그런 멍청한 잘못을 저지르다가 하마터면 죽을 뻔하다니 말이야.”
그 말을 들은 흑룡 황아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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