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7화. 시간 끌기의 진상
이 순간 모용치순을 제외한 모용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죽어 없어졌다. 땅 위에 남은 것은 오로지 천천히 푸른 풀밭 위를 흐르며 비린내를 풍기는 핏물뿐이었다.
모용치순은 자기 가문의 사람들의 죽음을 보지 못한 사람처럼 계속해서 웃어댔다. 그의 웃음소리는 무려 숨을 세 번 내쉴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멈췄다.
혼탁하고 음침한 두 눈이 당염원과 사릉고홍이 있는 방향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 곧이어 진욱에게 옮겨진 시선은 다시 당염원과 사릉고홍 두 사람에게로 돌아갔다.
이렇게 세 번을 오가는 사이 모용치순의 눈동자 속 싸늘하고 사악한 기운은 더욱더 짙어져 있었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인의 침입에 대해 심문하려고 내 목숨을 남겨 둔 건가? 정말 쓸데없는 짓을 했군! 하지만 정 알고 싶다면 이 노부가 알려 주지 못할 것도 없지.”
모용치순의 이런 모습은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했다. 달라지지 않은 건 당염원과 사릉고홍 두 사람뿐이었다. 사릉고홍은 여유롭게 의자에 기대어 즐거워하며 당염원에게 음식을 먹이고 있었다.
당염원은 그의 품에 편하게 안겨 있다가 그가 음식을 입가에 가져다주자 입을 벌리고 그것을 받아먹었다. 그녀의 담담한 눈빛이 모용치순을 향했다. 그 모습은 어떻게 보아도 모용치순을 재능도 없으면서 괜히 날뛰는 소인배로 치부하는 듯했다. 별다른 흥미는 없었지만 그가 어떤 계책을 부릴 수 있을지, 과연 정말로 그녀의 흥을 돋울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었다.
모용치순은 이곳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부터 당염원과 사릉고홍, 이 두 사람에게서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절대 당염원과 사릉고홍의 모습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염원의 이러한 눈빛을 마주하니 그의 마음속에서 스스로의 혼백까지 불태울 수 있을 것처럼 뜨거운 분노가 일었다. 정말이지 미칠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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