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화. 맹위를 떨치는 고홍 (1)
모든 일이 매우 빠르게 벌어졌다. 당염원이 영식을 발산하고 다시 거둘 때까지는 불과 몇 초가 지났을 뿐이었다. 지하 제단에서 여러 장면들을 본 탓에 매우 긴 시간이 지난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한순간에 불과했다.
눈을 뜬 당염원은 걱정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릉고홍의 짙은 검은 눈동자를 보았다. 당염원이 눈을 뜬 것을 보고서야 짙고 깊었던 사릉고홍의 눈동자가 다시 평소처럼 돌아왔다. 사릉고홍은 곧바로 그녀를 안아 주었다. 낮은 목소리는 약간 쉬어 있었다.
“어디 아프오?”
짙은 속눈썹에 가려진 사릉고홍의 눈동자 안에서 그윽한 빛이 은은하게 반짝였다. 그저 가벼운 신음을 내며 눈살을 찌푸린 것이라고 해도, 사릉고홍의 마음은 걱정으로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다.
당염원의 표정은 아직 약간 흐리멍덩했다. 그녀는 침상 위를 가득 메운 극도의 고요함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배를 쓰다듬었다. 방금 전 어떤 움직임이 느껴진 것 같았다.
“원아?”
사릉고홍은 그녀의 고개를 살며시 들어 올렸다.
그때 당염원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그녀는 그제야 정신을 온전히 차릴 수 있었다. 사릉고홍을 바라보는 당염원의 두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뒤이어 당염원이 사릉고홍을 안고 기쁘게 소리쳤다.
“고홍, 고홍, 아이가 움직였어요!”
사릉고홍은 그저 멍할 뿐이었다.
당염원은 한 손으로 그의 손을 잡고 자신의 배 위에 올려놓았다. 그녀의 해맑은 웃음은 더욱 가볍고 유쾌한 은은한 미소로 변했다. 낮은 목소리는 마치 귓속말을 하는 것 같았다.
“아이가 움직이는 걸 들었어요. 지금 나를 보호하고 있어요!”
잔혼에 둘러싸여 있을 때, 그녀는 스스로 대처할 수 있었다. 단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당염원은 소리 없는 기운, 배의 미세한 통증, 그리고 혈맥과 영혼에서 비롯되는 전승을 느꼈고, 그것이 바로 배 속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의 도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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