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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2화. 부녀

862화. 부녀

약 반 시진 후, 정 관사는 공손하게 모여심과 그녀의 하인을 마차까지 배웅했다.

모여심은 국공부에서 약 반년 동안 묵었으나 지낼수록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들은 국공야가 그때 헌원가를 위해 전 재산을 다 써버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국공부에서 묵은 사람들은 국공야가 몇 년 동안 또 어마어마한 재산을 모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고로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고결하고, 돈 냄새를 싫어한다고 했다.

그러나 국공야는 아니었다.

비록 돈만 욕심내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돈의 중요성을 아주 잘 알았다. 그는 돈을 위해서라면 지식인이라는 신분을 언제든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있었다.

국공부에서 지낼수록 모여심은 국공야가 점점 더 존경스러웠고, 더욱 그의 딸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랫동안의 노력이 결국은 물거품이 되었다.

“아직 이부인께 인사도 못 했는……”

모여심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정 관사가 손을 마구 흔들었다.

“살펴 가십시오! 다시 볼 일은 없겠네요!”

모여심은 화가 나서 목덜미를 잡았다.

그녀는 대체 어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 분명 국공야와 기분 좋게 잘 지냈는데 어째서 갑자기 나가라고 하는지 궁금했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아니면 국공야 앞에서 누가 무슨 말이라도 한 건가?

마차가 국공부에서 십 장 정도 멀어졌을 때, 모여심은 아쉬운 듯 마지막으로 국공야를 쳐다보았다.

이때, 마차 몇 대가 국공부로 들어오고 있었는데 가장 앞에 있는 마차는 경 이야 경성(景晟)의 마차였다.

경 이야는 자기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었으므로 마차에서 내리지 않아도 되었고, 부저의 일꾼이 공손하게 정문을 열어주었다.

마차 안에서 답답했던 경 이야는 가림막을 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 모여심이 그의 옆에 앉아 있는 고교의 모습을 보고는 동공이 빠르게 수축했다.

저 사람.

소육랑!

소육랑이 왜 경 이야의 마차에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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