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8화. 본색이 드러나다 (2)
고장경은 말을 타고 그들 앞으로 다가와 동생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정신없이 울고 있는 고근유를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냐?”
고염은 조금 전에 고승풍에게 했던 말을 고장경에게도 한 번 더 해주었다.
고근유가 울먹이며 애원했다.
“큰오라버니, 둘째 오라버니와 염아는 일부러 이러는 게 아니에요. 제가 안 갈게요! 제가 말을 잘 들을게요! 그러니 절대 둘째 오라버니와 염아에게 화내지 마세요! 조부님과 아버지께도 말씀드리지 마세요! 둘째 오라버니를 책벌할까 봐 걱정됩니다!”
다들 나약한 고염을 책벌하지는 못했지만, 고승풍은 자주 얻어맞았다.
“둘째 오라버니, 어서 절 내려놓으세요!”
고근유는 눈시울을 붉히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저 때문에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하지 마세요! 오늘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해요! 어서 큰오라버니와 돌아가세요! 저…… 저 혼자 좋자고 오라버니와 동생을 고생시킬 수 없어요!
근유는 비록 친 누이동생이 아니지만 낳아준 은혜보다 키워준 은혜가 더 크다는 이치는 잘 압니다! 오라버니들과 염아는 어렸을 때부터 근유에게 잘해주셨어요. 보답할 길이 없지만, 최소한 제 일로 폐를 끼칠 수는 없어요!”
고장경은 눈살을 찌푸리며 두 눈이 퉁퉁 부어 있는 고근유를 바라보았다.
“너 정말로 장옥항을 따라 변방에 가고 싶은 거야?”
고근유는 또다시 흠칫 놀랐다.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오직 한 사람의 마음을 얻기를 원하고, 흰 머리가 파 뿌리 될 때까지 헤어지지 않겠노라.”
고장경은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보기 드물게 냉랭하고 엄숙한 표정을 누그러뜨리더니 천천히 한숨을 내뱉었다.
“그래, 장옥항의 덕행은 이미 널리 알려졌고, 충심과 의리가 있으니 평생을 의지할 수 있는 사내다. 네가 기어코 그러겠다면 시집을 가거라. 아버지는 내가 설득할 테니 절대 널 난감하게 하는 일 없을 거다.”
고근유는 이 형제들 때문에 당황하여 숨이 막혀버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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