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화. 쩨쩨함
계집종이 건넨 금박 무늬가 새겨진 배첩을 보며 훤친왕비가 티 나지 않게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까지 조태부부 첫째 부인은 그녀를 만나러 올 때 배첩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
대체 무슨 일로 찾아왔기에 이번엔 특별히 배첩까지 먼저 보냈단 말인가?
훤친왕비는 가위를 내려놓고 배첩을 건네받았다.
겉보기엔 보통 배첩과 다를 바 없었으나 뜻밖에도 조태부부 첫째 부인의 친필로 쓰인 배첩이었다.
배첩을 훑어본 훤친왕비가 분부를 내렸다.
“조태부부 첫째 부인을 정당으로 모시거라.”
훤친왕비는 담담한 표정으로 계집종에게 배첩을 건네곤 계속해서 꽃나무를 가지치기했다.
옆에서 가지치기로 잘려나간 동백꽃을 손에 든 채 꽃향기에 취해 있던 심모는 갑자기 방금까지만 해도 맡아지던 우아하고 은은한 꽃향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이 동백꽃이 아니라 조태부부 첫째 부인에게로 쏠렸기 때문이다.
심모는 정말이지 조태부부 첫째 부인을 좋아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올 때마다 좋은 일이 없었던 거 같은데 왠지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듯 싶었다.
배첩은 조태부부 첫째 부인이 왕부에 도착하기 전 미리 보내온 것이었다. 계집종이 배첩을 훤친왕부 대문에 보내왔을 땐 조태부부 가마는 아직 왕부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 오고 있는 중이었다.
조태부부 첫째 부인이 가마에서 내릴 때 즈음 마침 훤친왕과 초앙도 즐겁게 웃고 떠들며 말을 타고 돌아왔다.
말고삐를 조여 말을 멈추려는데 뒤에서 누군가 초앙을 불렀다.
바로 동평왕세자였다.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초앙은 동평왕세자가 이미 말을 타고 가까이에 와 있는 걸 보고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며 물었다.
“무슨 일로 절 부르셨습니까?”
초앙은 동평왕세자와 무슨 얽힌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설마 사람을 잘못 알아본 건가? 할아버지와 똑같이 생긴 건 정말 귀찮은 일이었다!
초앙은 자신이 분명 더 멋있고 잘났는데 할아버지 때문에 남들이 그 매력을 다 못 보고 있는 거 같다고 느꼈다.
Soutenez vos auteurs et traducteurs préférés dans webnov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