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2화. 피로 물든 궁문
두 사람이 고개를 숙여 1층을 보니, 심각한 얼굴의 사람들이 천일각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잠시 후, 계단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열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들어왔다. 여유롭게 차를 마시던 사람들은 그들을 보고 순간 당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손님들은 그 무리의 표적이 창가에 앉은 남녀라는 걸 눈치채고 흥미진진하게 상황을 구경했다. 무리가 병풍을 치우자, 남궁묵과 인장풍의 얼굴이 밖으로 드러났다. 사람들은 두 사람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장풍 공자!”
“성성 군주!”
소식에 민감한 사람들은 천일각이 인장풍과 관련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 두 사람이 이곳에서 차를 마시고 있을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인장풍이 손으로 탁상을 짚고 일어나 사람들을 보며 웃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소?”
“성성 군주 아닙니까?”
그 무리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중년 사내는 평범한 외모였지만, 문인 특유의 품위가 느껴졌다. 또한 그는 남궁묵에게 매우 공손한 말투로 말했으나, 표정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남궁묵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인장풍이 앞으로 나아가 코웃음을 쳤다.
“군주가 아니라면 어쩔 것이오?”
‘남궁묵이 이곳에 있는 걸 알면서 온 게 뻔하면서 무슨 가식인지.’
중년 사내가 얼굴이 굳어 말했다.
“장풍 공자, 무슨 농을 하십니까?”
“나는 모르는 사람한테 농을 하지 않네만.”
중년 사내는 자신과 관계없는 인장풍에게 관심을 끄고 남궁묵에게 말했다.
“군주가 직접 말해 보세요.”
“나는 남궁묵이오. 그나저나, 선생은 누구시오?”
“사운송이라 하옵니다.”
남궁묵이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사 선생? 누군지 모르오.”
인장풍은 중년 사내의 표정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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