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화. 그는 여기서 찬밥신세일 뿐
마차는 먼 길을 달려 운주 창오진에 도착했다. 때는 이미 12월 말에 접어든 후였다.
날씨가 추워진 것을 증명이나 하듯 주변은 온통 하얀 세상이었다.
창오진에서 행화촌으로 가는 길목에는 머리에 털모자를 쓰고, 두꺼운 솜옷 소매에 두 손을 모아 넣은 한 노인이 앉아있었다. 그는 수레 위에 앉아 몇 번이나 목을 빼고 읍내 쪽을 두리번거렸다.
수레 앞쪽에 앉은 중년 사내도 노인과 마찬가지로 두꺼운 솜옷과 털가죽 모자를 한 채 찬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목을 움츠렸다.
“아버지, 연홍이 말한 게 오늘 맞지요? 벌써 정오가 다 되었는데 어찌 사람 하나 안 보일까요? 좀 있으면 날이 저물 텐데요. 설마 밤에 오는 건 아니겠지요?”
“확실히 오늘이라고 했다. 연홍이 전갈을 받았다잖느냐. 조금만 기다려 보자.”
노인은 입김을 불며 손을 비벼대더니 금세 다시 소매 속으로 손을 넣었다.
“이렇게 추운 날에 오다가 동상이라도 걸리는 건 아니겠지? 가여운 우리 귀염둥이.”
“경성이 좀 멀어요? 먼 길을 오느라 분명 온몸이 꽁꽁 얼었을 거예요.”
사내가 마음이 아픈 듯 얼굴을 찡그렸다.
‘풍청백 그놈만 아니어도 귀염둥이가 이렇게 산 넘고 강 건너 고생을 했겠어? 경성에 한 번 가려면 몇 달씩 걸리는데, 앞으로도 이러면 어쩐단 말인가.’
“귀염둥이가 집에 오자마자 씻을 수 있도록 집에서 따뜻한 물을 준비하고 있으니, 금방 몸을 녹일 수 있을 게다.”
노인이 말을 하며 달구지에 가득 찬 물건을 하나씩 확인하기 시작했다.
“귀염둥이가 좋아하는 고기반찬은 다 샀지? 아직 못 산 게 있으면 얼른 지금 사놓자꾸나.”
“다 샀어요. 우리 귀염둥이가 좋아하는 건 제가 하나도 안 빼놓고 기억하고 있거든요!”
그렇게 두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수레 안에 가득 쌓여 있는 물건을 뒤지기 시작했다.
다그닥 다그닥!
그때였다.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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