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현장에서 잡히다
정미는 저절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미소를 지으려고 한 그 순간, 눈앞의 장면이 갑자기 변했다.
암실 한 칸의 창문은 바람도 통하지 않게 가려져 있었고, 몇 명의 여인들이 들락날락하며 핏물이 담긴 대야를 하나, 또 하나씩 나르고 있었다.
정미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침상 쪽을 바라봤다. 배가 산만한 여인이 침상 위에 힘없이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 발가벗은 하반신에선 핏물이 뚝뚝 떨어졌다.
“큰언니!”
정미가 비명을 질렀지만, 자신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음을 느꼈다. 그리고 곧 갑작스레 많은 소리가 들려왔다.
침상 앞을 둘러싼 사람들 중 한 중년 부인이 외쳤다.
“안 되겠습니다. 태자비마마께서 힘이 없으세요. 태아가 배 속에서 죽으면, 마마께서도 살지 못합니다!”
뒤이어 어지러운 발소리와 울음소리가 들렸다.
정미는 입을 가린 채 숨 쉴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아파져 오는 것을 느꼈다.
수많은 잔혹한 장면을 봐온 정미는 깨달았다.
‘이게 바로 큰언니의 최후구나! 아이가 배 속에서 죽고, 큰언니도 살지 못하는 것!’
도대체 왜일까, 설마 그녀의 모든 가족들이 저주를 받은 것일까?
이때, 정미의 시각이 바뀌어 암실 밖의 광경이 펼쳐졌다.
“뭐라, 아이가 배 속에서 죽었다고?”
“그렇습니다, 태자 전하…….”
“못난 놈!”
네 발 이무기가 수놓인 검정 장화가 대답한 사람을 걷어찼다.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태손을 지키지 못했으니, 태자비와 함께 묻히거라.”
그때, 하늘을 뒤흔들 정도의 울음짖음 속에서 얼굴이 희미한 여인이 한쪽 방에서 나와 태자에게 인사도 올리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
“전하, 만약 전하께서 허락하신다면 제가 태손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시도해보겠습니다.”
“네게 무슨 방도가 있느냐?”
망포(蟒袍)를 입은 사내가 여인의 손을 붙잡았다.
여인은 붉은 입술을 오므리며 차분하게 말했다.
“이 방법은, 다른 사람들이 알게 해선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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