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아득한 길
「네가 어리석은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어리석을 줄은 몰랐네. 어쨌든 나를 생각해 냈구나.」
머릿속의 그 목소리가 몹시 비웃었다.
정미는 이 목소리가 긍정하는 듯한 대답을 하자, 다시금 머리를 벽에 들이받아, 이 죽일 놈의 목소리를 내쫓고만 싶었다. 하지만 이 기이한 목소리에게 시달린 지 오래되었기에 금세 그 목소리에 적응했고, 잠깐 생각에 잠긴 뒤 입을 열었다.
“그런 거였구나.”
말을 마친 정미는 바로 차분해져 몸을 돌려 눕고는 더는 그 목소리에 신경 쓰지 않았다.
정미의 행동이 예상을 벗어나자, 그 목소리는 참고 또 참다가 이를 부득부득 갈며 물었다.
「대체 뭐가 그런 거였구나, 라는 거야?」
정미가 조금의 관심도 주지 않자, 목소리는 두 손을 만들어 내서 그녀의 어깨를 잡고 세차게 흔들고만 싶었다.
「말 좀 해봐!」
“흥!”
정미는 하찮다는 듯이 코웃음 쳤다.
“너 같은 요괴의 사악한 마음은 잘 알고 있어. 그러니까 넌 나를 현혹하려는 거잖아. 마치…….”
정미는 예전에 둘째 오라버니가 말해 준 이야기를 떠올렸다.
“마치 ‘귀타장(*鬼打墻: 귀신이 만든 벽)’처럼, 내가 본 그 장면들은 모두 네가 만든 환각이지? 내가 무서워서 네 계획에 따라줄 줄 알고!”
「너!」
그 목소리는 화가 나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멍청한 것은 무섭지 않지만, 멍청하면서도 고집 센 것이야말로 무서운 것이었다.
하얘지고, 아름다워지고, 날씬해진다고 하면 모든 여인들이 무릎을 꿇건만, 이 애는 도대체 여인이 맞긴 한 건가? 아니면 자신이 너무 오래 팔찌 안에서 지낸 탓에, 세상을 알지 못하는 걸까?
정미를 통해 바깥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만약…….
그 순간, 정미의 말이 목소리의 중얼거림을 잘라냈다.
“그냥 포기해. 난 절대 넘어가지 않을 거야. 하얘지고, 아름다워지고, 날씬해진다는 말로 날 속이려 하지 마!”
「정말로 하얘지고 아름다워지고 날씬해진다니까!」
Soutenez vos auteurs et traducteurs préférés dans webnov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