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화. 극기(克己)
아혜는 정철과 정미가 어떻게 지내왔는지 완전히 알지는 못했지만, 정미의 마음속에 정철이 얼마나 중요한 사람이었는지는 알고 있었다. 만약 절벽에서 떨어져서 성정이 바뀌었다는 핑계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곧바로 정철과 소원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소원해지는 것도 의심을 살 수 있겠지.’
아혜는 다시 세상에 돌아온 이 기회가 너무나도 소중했기에 아주 신중하게 행동했지만, 정철이 진상을 알게 될 걱정은 별로 하지 않았다.
‘이건 정미의 몸이니까. 영혼이 바뀐 걸 누가 알아채겠어.’
아혜가 떠난 뒤에도 정미는 정철의 방에 남았다. 그녀는 정철에겐 들리지 않는다는 걸 잘 알면서도 그의 곁에 기대 끊임없이 위로의 말을 건넸다.
한참 후, 정철은 무릎 위에 내려놓았던 서책을 아무렇게나 책상에 던지고는 중얼댔다.
“미미가 절벽에서 돌아온 뒤 성정이 변한 게, 정말 생사를 오고 갔던 경험 때문일까?”
‘그런 거라면, 왜 작은 습관들도 모두 변한 거지?’
정철은 생각에 잠겼다. 그 모습에 정미는 감동하여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역시, 이 세상에서 누군가 나와 아혜의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건 오라버니뿐일 거야.’
하지만 정미는 알고 있었다. 정철이 아혜와 자신의 다른 점을 발견하더라도, 혼을 잘못 불렀다거나 하는 쪽으론 생각하지 못할 것이었다.
‘계속 노력해야겠어. 꿈속에서 오라버니에게 귀띔이라도 할 수 있도록. 오라버니의 총명함이라면 내가 조금의 정보만 전해주더라도 알아챌 수 있을지도 몰라.’
정미는 노력할 방향이 생기자, 기분이 가벼워져 정철의 서재로 날아 들어갔다.
정철은 묘한 꿈을 잇달아 꾼 후부터 서재에서 자기 시작했고, 잠드는 시간이 점점 늦어졌으며, 서책을 품에 들고 계속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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