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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3화. 총 출동(5) >

'젠장. 이래서였군.'

타락 천사가 등장하면 생기는 긴급 미션.

그동안은 도대체 왜 다른 것 다 제쳐두고, 타락 천사를 사살해야 했는지 의문이었다.

시노엘 같은 5급 역천사가 제법 높은 존재이긴 하지만, 천계 전체로 봤을 땐 별거 아니었으니까.

고작 그 정도에 게임 메이커나 주신들이 앞뒤 제쳐두고 긴급 미션으로 플레이어들을 소집한다?

솔직히 너무 과민한 반응이라는 게 내 생각이었다.

'근데 천사의 권능과 악마의 능력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면 얘기가 다르지.'

스킬 슬롯이 5개인 것과, 10개인 것은 차원이 다르다.

만약 슬롯이 10개였다면, 단독 미션에서 싸웠던 천세운에게 그렇게 애를 먹지 않았을 것이다.

당장 주창범이 얻은 얼음 속성 스킬들까지 내가 습득한 걸로 가정해보면 알 수 있었다.

'오히려 내가 쉽게 이겼을지도.'

체력 회복에, 반사 데미지.

거기다 뇌전처럼 내부로 침투해 데미지를 쌓는 얼음 속성까지 있었으면 오히려 천세운이 날 상대하는 데 쩔쩔맸겠지.

'조심해야겠는데.'

그런데 눈앞의 존재는 천사의 권능에다 악마의 능력까지 동시에 사용하고 있었다.

상대하기 엄청 까다로울 것이다.

쐐애애애애애액!

'맞상대하는 건 안 돼.'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드는 악마. 아니, 타락 천사.

첫 공격도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는데, 지금은 천사의 권능과 악마의 능력으로 내 피지컬이 더 떨어진 상태다.

저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내려 해서는 가망이 없었다.

"앗!"

나는 곧장 카이로시아를 들쳐멘 채 바닥을 굴렀다.

꽈아아아앙!

'미친!'

타락 천사, 카이시엘이 내지르는 검에 바닥이 움푹 파였다.

구덩이라고 부르는 것도 민망할 정도로, 엄청난 크기.

크레이터라고 부르는 게 맞을 것 같았다.

'일단 시간을 끌어야겠어.'

현재로선 내게 카이시엘을 상대할 방법이 없었다.

진심으로 도망쳐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말까.

―내 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가!

내가 맞상대하지 않고 계속 바닥을 구르자, 카이시엘이 집요하게 쫓아오기 시작했다.

그림자 표식도 없는 상황.

이대로 계속된다면 무척 위험할 수밖에 없지만, 다행히도 이곳엔 나 혼자 있는 게 아니었다.

"탱커분들! 어서 도와주세요!"

[차가운 염화의 방패!]

[포근한 대지의 포옹!]

주변에 있던 플레이어들이 카이시엘을 향해 방패를 들어 올리고, 칼을 세우고, 주문을 영창했다.

―잡스럽긴!

콰과과과과광!

카이시엘에게 별다른 데미지를 넣진 못하고 있지만, 적어도 아주 미세하게나마 시간을 끌어주고 있었다.

챙! 채챙! 콰과과과과광! 챙!

―흥! 고작 이 정도로 날 막을 수 있을쏘냐!

날개를 활짝 펴며 주변에서 날아오는 모든 공격을 튕겨내는 카이시엘.

그때였다.

쐐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액!

내 귓가에 소름 끼치는 파공음을 내며, 무언가가 엄청난 기세로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순간 모골이 송연했다.

마력장과 초감각으로 적들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있던 상황.

무언가가 날아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이었기에, 나도 모르게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렇게 강력한 위력을 낼 만한 존재가 주변에 있었다고?'

이 물체의 목적지가 만약 나라면?

난 피할 수 있을까?

찰나에 불과하지만, 그런 생각들이 이어서 들었을 정도.

하지만 다행히도, 목적지는 내가 아니었다.

퍼어어어어어엉!

―크으읏!

하늘에서 내려온 한 줄기 빛이 카이시엘의 날개를 꿰뚫으며 바닥에 꽂혔다.

날아온 물체는······.

'화살?'

나는 서둘러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하늘 위, 다른 악마들 사이에서 오연한 표정으로 활시위를 거두는 고주몽의 모습이 보였다.

공중에서 다른 악마들을 상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짧은 시간 우릴 지원하기 위해 화살을 쏜 것이었다.

'이게······ 고위 플레이어.'

등골이 오싹했다.

카이시엘은 대포에 맞은 듯한 모습이었다.

한쪽 방향의 날개가 모조리 찢겨나가 있었다.

저 작은 화살로 만들어낸 거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판단력도 대단하군.'

지금까지 고주몽이 악마들을 상대하던 모습으로 미루어 보건데, 저 공격은 회심의 일격이었을 것이다.

다른 악마들을 상대하느라 급박한 와중에 지상을 노리는 카이시엘에게 저 공격을 쐈다는 건, 한 가지 이유밖에 없었다.

'날개를 부숴줄 테니, 지상군이 카이시엘을 처리해달라는 뜻이겠지.'

[<신월천사伸月天使의 권능>이 해제 되었습니다.]

"키아라님! 카이로시아를!"

"어어어!"

천사의 권능이 해제되는 걸 본 나는 근처에 있던 키아라에게 카이로시아를 던졌다.

한순간에 상황이 바뀌었다.

'날개가 없으면 할만해.'

더 이상 날 수 없는 데다가, 플레이어들 한복판에 카이시엘이 떨어졌으므로 충분히 레이드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 레이드 준비!"

내 한마디에 플레이어들이 분주해졌다.

탱커들이 앞으로 나와 방패를 들어 올리고, 뒤쪽에서 원거리 딜러들이 공격할 준비를 마쳤다.

확실히 전부 다 상위 플레이어들 답게, 지금 이순간 뭘 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이, 이 벌레 같은 것들이 감히······!

나는 카이시엘의 정면으로 향했다.

타락 천사, 카이시엘은 딱 봐도 고위 플레이어 수준.

메인 탱커가 없다면 일방적인 학살이 될 수밖에 없다.

돌파만 해도 우수수 쓰러질 테니까.

'메인 탱커가 있다면 얘기가 다르지.'

날 뚫어내지 못하면, 돌파가 불가능하다.

반대 방향으로 돌파를 시도하면?

오히려 내가 바라던 바였다.

'비어 있는 등 뒤를 노리면 되니까.'

관건은 내가 카이시엘의 돌파를 저지할 수 있느냐.

아직 뿔이 남아 있어서 악마의 능력을 쓸 수 있겠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었다.

아니, 가능성이고 뭐고 무조건 해야만 했다.

카이시엘을 그냥 놔뒀다간 우리 측의 피해가 커질 테니까.

콰지지지지지직!

"흐읍!"

탱커들이 쌓아놓은 방패 벽 사이로 뛰어든 나는 카이시엘에게 전력으로 창을 내리쳤다.

띠링!

[<벽력 >이 발동됩니다.]

―가소로운 것.

창날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사방을 잠식해가는 가운데, 카이시엘이 코웃음 쳤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앙!

'씨발.'

손목이 욱씬욱씬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카이시엘의 스텟이 훨씬 높았다.

벽력이 발동했음에도, 정면으로 막아낸 카이시엘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쉽지 않겠는데.'

압도적인 근력에 자세가 흐트러졌다.

'일단 재정비부터.'

―어딜 도망치느냐.

내가 슬쩍 뒷걸음질을 치자, 카이시엘이 빠르게 따라붙었다.

이곳에서 내가 가장 위험인물이라는 것을 카이시엘도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죽엇!"

"지금 찔러요!"

카이시엘의 등 뒤로,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달려들고 있었으니까.

―이 몸에게 감히 칼을 겨눈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걸 깨달은 카이시엘이 등을 돌려,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검을 휘두려고 할 때였다.

'이걸 기다렸지.'

띠링!

[<섬전 >을 사용합니다.]

꽈과광!

섬전 능력으로 순간 이동해, 카이시엘의 바로 뒤에서 나타난 나는 다시 한번 창을 힘껏 휘둘렀다.

채애앵! 콰직! 콰지직!

―흐읏!

카이시엘이 순간 몸을 틀며 내 창을 가까스로 막아냈다.

이런 식으로 불시에 내가 공격해 들어올 줄 몰랐던 모양이었다.

치켜뜬 눈동자가 잘게 떨리는 게, 제법 놀란 모양.

'이걸 막아?'

하지만 나는 나대로 카이시엘의 반응 속도에 간담이 서늘했다.

완전히 역동작이 걸린 상태여서 피니쉬를 시키진 못할지라도, 팔 한쪽은 떼어갈 생각이었기 때문.

그런데 그 회심의 공격을, 카이시엘이 막아낸 것이다.

'고위 리그에 다다른 줄 알았는데.'

씁쓸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고위 리그의 문턱이 더 높은 모양이었다.

"지금 공간 잘라요!"

"극딜 들어갑니다!"

[날카로운 바람의 춤!]

[차가운 염화의 칼날!]

내 공격에 카이시엘의 균형이 무너지는 걸 본 플레이어들이 총공세에 들어갔다.

탱커들은 방패를 들고 앞으로 나오며 카이시엘이 움직일 수 있는 반경을 좁혀 들어갔고, 마법사들은 그 좁은 공간에 마법 폭격을 퍼부었다.

꽈과과과과과광!

카이시엘이 있던 자리로 마법이 떨어지며,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저 폭격에서도 살았다고?'

얇게 퍼져 있는 마력장.

그 너머로, 피어오른 먼지 속에서 카이시엘이 내게 빠른 속도로 쇄도하는 게 느껴졌다.

채애앵! 콰지지직!

카이시엘이 멀쩡하게 살아 있는 걸 본 플레이어들이 경악했다.

"이럴 수가······!"

―네까짓 것들이 내게 생채기 하나 남길 수 있을 줄 아느냐!

'악마의 능력 중 하나인 모양이군.'

아무래도 방어 계열의 능력을 펼친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면, 쏟아지는 마법 폭격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을 테니까.

'오히려 잡아먹힐 수도 있겠어.'

생각했던 것보다 카이시엘을 상대하는 게 너무 까다로웠다.

이미 섬전도 사용했고, 더 이상 카이시엘의 허를 찌를 만한 스킬들도 존재하지 않은 상황.

챙! 채챙! 콰지직! 챙! 콰지지지직!

나는 카이시엘의 공격을 흘리며 조금씩 뒤로 빠졌다.

'침착하자.'

지금 이대로 싸우는 건 시간 벌기밖에 되지 않는다.

아니, 계속해서 우리 쪽 전력이 약해질 뿐이었다.

메인 탱커인 내가 무너지는 순간, 카이시엘을 이 안에 잡아둘 수 없을 테니까.

챙! 콰지직! 콰직! 채애애앵! 콰직!

플레이어들이 계속해서 카이시엘의 등 뒤를 노려 준 덕분에, 겨우겨우 그녀를 상대하고는 있지만.

'일단 장기전으로 끌고 가야겠군.'

결국 정석대로 갈 수밖에 없었다.

내가 탱커들과 함께 카이시엘을 붙잡고, 그 위로 화력을 퍼붓는다.

계속해서 때리다 보면 분명 기회가 올 것이다.

―후우. 이런 벌레 같은 녀석들에게 이런 꼴을 당하다니. 예상한 것보다 일찍 벌어지지만 않았다면······.

나와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발이 묶인 카이시엘이 씩씩거렸다.

'예상한 것보다 일찍?'

정신없이 공격을 막아내는 와중에, 그녀의 말에서 한 가지 부분이 마음에 걸렸다.

아무래도 마계는 타락 천사가 나올 거라는 걸 예상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뭐, 지금 상황에서는 크게 중요한 부분이 아니지만.

'일단 변수를 만들어야 해.'

그때였다.

쐐애애애애애액!

또다시 하늘 위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

뒷목이 쭈뼛했다.

이 공격이 나한테 쏟아지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혹시라도 내게 향했을 때 피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푹! 푹! 푹! 푹! 푹!

―노오옴! 반드시 찢어 죽이고 말겠다!

하늘에서 내리꽂히는 화살비가 카이시엘의 몸에 고슴도치처럼 꽂혔다.

이전처럼 어마어마한 위력은 아니었지만, 카이시엘이 검을 뻗는 순간마다 내리꽂히는 타이밍이 기가 막힐 정도였다.

'미친. 저 많은 숫자를 상대하면서도 이런 식으로 견제를 할 수가 있다고?'

나와 카이시엘이 싸우는 동안에도, 하늘에서는 악마들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그들은 머리에 화살이 꽂혀 있거나, 마법에 몸이 터져 나갔거나, 검에 베인 상처가 있었는데, 대부분의 악마들이 화살이 꽂힌 채 지상으로 추락했다.

한마디로 고주몽 혼자서 두 명의 부 연합 파티장보다 많은 숫자의 악마들을 죽이고 있다는 것.

그런 상황 속에서도 고주몽은 지상의 상황을 파악하며 견제까지 넣고 있었다.

'고위 플레이어부턴 아예 격이 다르군.'

카이시엘과 싸우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감탄이 들 정도.

그때였다.

푹!

―이 개자식!

고주몽의 화살에 허벅지가 꿰뚫린 카이시엘의 자세가 흐트러졌다.

내가 기다리고 있던.

'지금!'

기회가 온 것이다.

[<전광석화 > 능력을 사용합니다.]

[10초 동안 민첩 스텟이 +20% 상승합니다.]

그걸 본 나는 폭발적인 스피드로 짓쳐들어가, 창을 내질렀다.

―어딜······!

카이시엘이 내 창을 막기 위해, 급하게 검을 뻗었지만.

서걱!

[4급 주천사 '카이시엘' 을 처치했습니다.]

[상급 악마 '카이시엘'을 처치했습니다.]

[<피의 흡수> 능력으로 극소량의 체력 스텟을 흡수합니다.]

[체력 스텟이 1 상승합니다.]

[체력 스텟이 1 상승······.]

[체력 스텟이 1 ······.]

'후우. 겨우 죽였군.'

카이시엘의 머리가 목과 분리되며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고작 한 명을 죽인 건데도, 체력 스텟이 6 포인트나 상승했다.

스텟이 어마어마하게 높았던 모양.

"허억, 허억. 저 괴물을 막아내다니, 정말 대단하시네요."

"고생 많으셨어요, 헉, 헉."

나와 함께 최전방에서 카이시엘을 압박한 탱커들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걸로 지상에서의 전투는 끝.

남은 건.

푹! 푹! 푹! 푹! 푹!

공중에서의 전투 뿐이었다.

―어딜 도망가느냐!

카이시엘이 죽자, 악마들이 방향을 선회해 록탄 성 쪽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고주몽이 크게 포효하며 강기가 깃든 화살 소나기를 쏟아부었다.

'무시무시하군.'

세 명의 플레이어가 허공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악마들을 말 그대로 쓸어버리고 있었다.

'공중전에선 궁수가 완전 사기겠는데?'

허공이라는 무대에선, 지상보다 움직일 공간이 훨씬 많다.

앞뒤 좌우 뿐만 아니라, 위아래 방향으로도 움직일 수 있었으니까.

거기다 궁수는 원거리 딜러임에도, 마법사처럼 영창이다 뭐다 할 것도 없이 시위에 걸고 쏘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공중에서는 궁수를 상대하는 게 무척 까다로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중전도 끝났군.'

푹! 푹! 푹! 푹! 푹!

도주하려는 마지막 한 명의 악마가 화살에 꿰뚫리는 걸 끝으로, 이곳에 남은 악마는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첫 번째 전투는 우리의 대승이었다.

"고생했어, 카이로시아."

"헤헤······. 제 마법 나쁘지······ 않았죠?"

키아라에게 안겨 있던 카이로시아가 힘없이 미소 지었다.

마력 회복 물약을 마신 덕분에, 이전보다 안색이 한결 좋아진 상태였다.

그때였다.

―모두 전투 준비!

귓가로 날아 꽂히는 고주몽의 목소리.

'젠장.'

저 멀리서 새까맣게 몰려오는 악마들이 보였다.

방금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엄청난 숫자.

아무래도 우리가 방금 상대한 녀석들은 선봉대에 불과했던 모양이었다.

'쉽지 않겠는데.'

나는 숨을 몰아쉬며 창을 고쳐 잡았다.

고주몽이 언급했던 최악의 상황이, 단순히 타락 천사가 등장한 걸 두고 얘기한 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때였다.

꽈아아아아아아앙! 꽈아아아아아아아앙! 꽈아아아아아아아앙!

저 멀리서,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왔다.

"······!"

"······!"

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도대체 진원지가 어디인지 감이 오지 않을 정도로 먼 곳에서 시작된 충격파가 우리를 덮쳐왔다.

'무슨?'

한번 굉음이 울릴 때마다 땅이 흔들릴 정도.

―초월 플레이어들과 타천사간의 전투가 시작됐나 보군.

이어지는 고주몽의 읊조림에 나는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이게······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 143화. 총 출동(5) > 끝

< 144화. 총 출동(6) >

폭발에 찢겨나가고, 무너지고, 완전히 폐허가 된 건물.

―말도 안 돼! 라파엘님이!

―모두들 어서 서둘러! 타락화가 진행되게 하면 절대 안 돼!

―제가 주신님들께 다녀올게요! 다른 분들은 타락화를 최대한 늦춰주세요!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

―아버지······. 부디 우리를 굽어살펴 주시옵소서······.

―네 놈들도 날 무시하는 것이냐아아아아!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영상 기억 수정구를 확인하던 여인이, 폭발과 동시에 끊긴 영상을 보며 눈을 꾸욱 감았다.

영상 속 천사들의 절규.

바들바들 떨던, 가엾은 아이들.

그럼에도.

'희생. 책임. 질서.'

그 가치들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자리를 지킨, 선을 행한 자들이여.

'부디. 아버지의 품 안에선 평온하길.'

천사들의 넋을 위로한 여인이 눈을 뜨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작게 으르렁거렸다.

"타니엘. 네 놈이 감히."

고운 목소리에 옅은 살기가 묻어나왔다.

주먹 쥔 그녀의 손바닥을 손톱이 파고들어, 피가 뚝, 뚝 떨어졌다.

그녀는 이제부터, 이 일이 왜 벌어졌는지 진상을 밝혀낼 생각이었다.

"오랜만이로군."

그때, 건물의 잔해를 밟으며 내부로 들어오던 한 남성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

이번 일로 아버지께 불려 갔던 열두 주신 중 하나, 환웅이었다.

여인이 피 묻은 손으로 치마 춤을 잡고 고개를 숙였다.

"1급 치천사······."

"아아, 되었노라. 영상은 남아 있었는가?"

"예."

"그나마 다행이로군. 그래, 이상한 점이 있던가?"

"아무래도 천계에 반역자가 있는 모양입니다."

안도하던 환웅이,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멈칫했다.

반역자.

그 단어가 주는 무게감 때문이었다.

"확실한가?"

환웅이 눈을 치켜뜨며 물었다.

"예. 그리고 저는 그중 하나로 라파엘의 보좌관, 타니엘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영상을 확인해 보니, 타니엘이 주신님들을 부르러 갔더군요. 그런데 회당에 누가 왔습니까?"

"후우. 아무도 오지 않았지."

그녀의 물음에 환웅이 한숨을 내뿜었다.

그의 한숨에는 아쉬움이 깊게 배어 있었다.

"만약 타니엘이 곧장 주신님들을 부르러 갔다면, 라파엘의 타락화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

"하지만 주신님들을 부르러 간다던 타니엘은 현재 행적이 묘연한 상태죠. 발할라를 지키는 근위 천사들에게 확인해 보니, 그 시각 타니엘은 발할라를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그걸로는 아직 확신하기엔 이르도다."

고개를 내젓는 환웅의 모습에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라파엘의 타락화에도 의문점이 많습니다."

"보통은 극도의 분노가 타락화의 원인이라고 하던데, 그대는 생각이 다르다는 거군."

"분노할 때마다 타락한다면, 대전쟁 당시 적들과 싸우던 모든 천사들이 타락했을 겁니다. 하지만 대전쟁을 치렀던 저도, 그리고 라파엘도 타락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죠."

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환웅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직 타락화가 무엇 때문에 벌어지는지 규정되지 않은 상황.

다만 타천사들 대부분이 극도의 분노를 느끼며 타락했다는 공통점이 있기에, 분노가 원인이 아닐까 라는 가설만 존재하는 상태였다.

"그래서 저는 분노가 기폭제의 역할만 할 뿐 타락화의 원인은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침 타니엘은 라파엘의 바로 곁에서 그녀를 보좌하던 주천사主天使. 저는 라파엘의 타락화에 타니엘이 무언가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

그녀의 말에 환웅이 무겁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합리적인 의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환웅의 모습에,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최근 중개 거래소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 아십니까?"

"보고받은 것 같군. 엄청난 숫자의 아이템을 누군가가 쓸어 모으고 있다는 것 말이지."

"예. 확인해 보니, 거기에도 타니엘이 아이템들을 사재기한 내역이 있더군요. 그녀의 봉급으로는 절대 불가능할 정도의 액수였습니다."

중간계 관리 위원회를 맡고 있는 그녀는 중개 거래소 관리도 담당한다.

최근 중개 거래소의 물량이 싹쓸이되고 있다는 것을 안 그녀는, 남몰래 휘하 천사들에게 지시하여 어떻게 된 일인지 조사하고 있었다.

무림에서 풀린 스킬북 여파로, 대다수의 신들이 중개 거래소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곤 하지만, 그럼에도 중개 거래소의 물량이 싹 다 없어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

'오히려 등록되는 아이템의 양이 전보다 늘었어.'

그녀는 거래소에 하루 몇 개의 아이템이 등록되는지 볼 수 있다.

한마디로 공급이 늘었는데도, 중개 거래소에선 아이템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에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무려 10억 골드에, 조잡한 스킬북이 팔려나간 것이다.

'역대 열한 번째로 높은 금액이었지.'

비정상적인 액수의 거래에 당연히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던 상황.

그러던 중에 한 가지 정황을 포착했다.

그건 바로, 대부분의 아이템을 구입해간 존재가 타니엘이었다는 것이다.

'마계의 죄수가 심어둔 첩자가 분명해.'

사실, 얘기를 하면서도 여인은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값싼 노동력인 플레이어들을 사무직에 쓰지 않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천사들은 아버지께 딴마음을 품는 순간 타락하고, 그렇게 되면 천계에 남아 있을 수 없다.

마계의 죄수와 손을 잡는 건, 아버지께 딴마음을 품는 것과 마찬가지.

그렇기에 마계에서 어떻게 첩자를 심어 보려 해도, 불가능한 것이다.

'근데 그 견고하던 보안망이 이번에 뚫렸어.'

마계의 공세는 점점 더 심해져 가고,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내부에서 반역자가 나온 상황.

이번 일은 천계를 뒤흔들 만큼, 엄청나게 치명적인 사건이었다.

"음. 상황이 심각하군."

하지만 환웅의 표정은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뜻이었다.

"아버지께선 뭐라고 하셨습니까?"

그녀의 물음에 환웅이 한숨을 내쉬었다.

"딱 한마디 밖에 없으셨다. 그 지구인을 눈여겨보라는 것 뿐."

"아버지께선 그 지구인을 왜 신경 쓰시는 겁니까?"

"우리가 어찌 감히 아버지의 뜻을 재단하겠는가. 그저 믿고, 시키시는 대로 행할 뿐이지."

환웅의 말에 그녀가 일체의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제게 따로 내려온 명은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노라."

펄럭―

환웅의 말에 그녀가 열 쌍의 날개를 활짝 폈다.

"그럼 전 지금 이 순간, 제가 해야 할 일을 하겠습니다."

열 쌍의 날개에서 신성한 기운이 흘러나와, 폐허가 된 라파엘의 집무실을 가득 메웠다.

"반역자들을 잡아낼 생각이군."

"예."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의 눈동자에서, 불꽃이 이글거렸다.

"그대라면 믿을 수 있지. 빛의 수호자, 미카엘이여."

환웅의 목소리에서 깊은 신뢰가 배어 나왔다.

* * *

"키아라님! 리딩을! 공중 지원 위주로!"

"네!"

키아라에게 파티를 맡긴 나는 새까맣게 몰려드는 적 지상군에게 창을 휘둘렀다.

서걱! 과지지지직! 서걱! 서걱! 콰지직!

'젠장. 끝이 없군.'

록탄 성에서는 끊임없이 악마들이 몰려나오고 있었다.

오늘만 벌써 세 번째 전투.

"허억, 헉, 징글징글하게 몰려나오네."

"이 개자식들! 이러다간 칼 맞고 쓰러지기 전에 체력이 다해서 죽겠다!"

그러다 보니 악마들을 상대하는 플레이어들 모두,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안 그래도 뜨거운 열기에 체력이 쭉쭉 빠지는 환경 속에서, 조금 쉴 만하면 몰려나오고, 조금 쉴 만하면 몰려나왔으니까.

누군가의 말처럼, 이 상태라면 다음에 몰려오는 악마들을 막아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더 분발하는 수밖에.'

지금까지는 카이로시아를 지키느라 별로 날뛰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녀가 어느 정도 회복된 상황.

나는 악마들에게 척, 척 발걸음을 옮기며 현황판을 곁눈질했다.

[킬 수 현황]

[1위. '주소월' 2,187킬]

[2위. '룬' 2,104킬]

[3위. '렌' 2,077킬]

[4위. '몽연' 1,734킬]

[5위. '쿠 훌린' 1,730킬]

'뭐?'

순간 잘못 본 줄 알았다.

플레이어 룬.

이제 막 상위 리그로 올라온 녀석이, 킬 수 2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초반부터 꽤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긴 했지만, 그거야 상황과 운이 따라주면 충분히 가능한 일.

그런데 2천 킬이 넘어가는 순간까지도 나보다 높은 순위에 랭크되어 있다는 건 상황과 운이 따라주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무리 내가 카이로시아를 지키느라 킬 수를 많이 못 먹었다고 해도.

'어떻게 저게 가능한 거지?'

나는 내심 녀석이 1티어 급 스킬 다섯 개를 투자받은 덕분에 두각을 드러낼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아무리 좋은 스킬과 장비를 가지고 있어도 금세 죽는 경우가 태반이었지만, 아예 없는 경우는 아니었으니까.

'이해할 수가 없는데?'

그런데 플레이어 룬, 녀석은 지금 스텟도 훨씬 높고, 플래티넘 등급 스킬을 세 개나 가지고 있는 나와 비슷한 속도로 적들을 죽이고 있었다.

거기다 녀석은 지구 출신.

아무리 좋은 스킬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걸 뒷받침해줄 테크닉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녀석이 나보다 킬 수가 높다는 건.

'녀석도 회귀자인가?'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을 정도.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아세리안과의 대화를 통해 신들이 초월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상황.

초월적인 존재들만 가능한 일을 나 말고 누군가가 또 겪었을 가능성은 많지 않았다.

아니, 없다.

'역천자 칭호가 최초로 시간을 회귀한 자에게 주어지는 거였으니.'

그렇다면 가능성은 두 개였다.

녀석도 플래티넘 등급의 스킬들을 도배하고 있거나.

'블라디미르 가면처럼 엄청난 등급의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는 거지.'

뭐가 됐든, 녀석도 나처럼 무언가 기연이 있었음은 분명했다.

'그래봤자지만.'

사실, 나는 지금까지 쉬엄쉬엄 악마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카이로시아를 지키다 보니, 최전방으로 나갈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그녀가 어느 정도 회복한 상황.

"놈이 렌이다! 녀석부터 노려!"

"죽어!"

서걱! 서걱! 서걱!

나는 달려드는 악마들을 베어 넘기며 전방으로 향했다.

창이 한 번 번뜩일 때마다 악마들의 머리가 두세 개씩 허공을 날았다.

띠링!

[근력 스텟이 1 상승합니다.]

블라디미르 가면 덕분에 나는 죽일수록 강해진다.

거기다 이곳엔 내게 죽을 제물들이 한가득.

이대로 장기전이 펼쳐지면, 결국 킬 수 1위는 내 차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펄럭! 펄럭!

"플레이어 렌!"

한 쌍의 날개로 날갯짓하며, 두 명의 부연합 파티장들이 날아들었다.

"모두들 이곳을 사수하라!"

챙! 채챙! 챙! 콰과과과과광! 쏴아아아아아아아―

방패와 검을 든 부연합 파티장이 싸늘한 냉기를 뿜어대며 악마들을 도륙하고, 그 사이 완드를 쥔 부연합 파티장이 내게 다가왔다.

"무슨 일입니까?"

"우리는 지금부터 록탄 성으로 향할 생각이에요. 이대로는 끝이 없을 것 같거든요."

내 물음에 그녀가 소매로 이마에 맺힌 땀을 훔치며 대답했다.

"······록탄 성?"

"네. 록탄 성에 있는 마성석을 부수려고요."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내 물음에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든 해야죠. 이대로는 모두 전멸하고 말 거예요."

'쉽지 않은 상황이긴 하지.'

물론 나도 그녀와 같은 생각이었다.

장시간의 전투로 인해 모두들 많이 지쳐 있었다.

이 상태로는 내가 아무리 발버둥 친다 해도 전멸하고 말 것이다.

공중 전력은 내가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었으니까.

"제가 뭘 해드리면 되겠습니까."

"열 명의 별동대를 꾸릴 거예요. 멤버는 저와, 필릭스님, 렌님, 그리고 다른 상위 넘버링 플레이어 7명까지요. 어차피 적들도 총공세 중이니, 록탄 성에는 수비 병력이 별로 없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측과 적들의 목표는 명확하다.

우리는 초월 플레이어들이 타락 천사를 죽일 때까지 적 공세를 막을 것.

적들은 어떻게든 우릴 뚫어내고 타락 천사를 마계로 데려갈 것.

'우리가 적 요새나 성으로 침공할 거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않겠지.'

지금 상황에서는 이보다 좋은 방법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두 부연합 파티장님이 빠지시면 공중전은 어떻게 합니까? 고주몽님 혼자 남지 않습니까."

그러자 부연합 파티장, 일리아가 피식 웃었다.

"연합 파티장님이 그러시더군요. 나 고주몽이라고."

한마디로 혼자서 공중 병력을 상대하겠다는 뜻.

'대단한 자신감이군.'

나는 고개를 들어, 홀로 공중에서 무쌍을 찍고 있는 고주몽을 바라봤다.

―어딜 한눈 파느냐!

파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박!

공중에 떠 있는 악마들이 지상으로 향할 때마다 강기가 깃든 화살비를 뿌려대고 있었다.

화살을 쏘는 게 얼마나 빠른지, 접근하던 악마들이 모조리 미간이 꿰뚫려, 지상으로 떨어졌다.

정말 압도적인 무위.

"알겠습니다. 언제 출발하실 겁니까?"

내 말에 일리아가 날개를 접었다.

"지금요. 우리도 지상으로 이동할 거예요. 날개를 펴고 비행했다간 금세 뒤를 잡힐 거거든요."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상에 있는 적군은 모두 하급 악마들.

공중에 떠 있는 중급 악마들을 뚫고 나가는 것보다 한결 수월할 것이다.

나는 창을 고쳐잡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제가 길을 뚫겠습니다."

"부탁해요. 위에서 오는 공격들은 우리가 막아줄게요."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일리아가 필릭스에게 고갯짓을 했다.

그러자 기사 계열의 부연합 파티장, 필릭스가 주변을 보며 소리쳤다.

"브룩스! 리드! 올리베이라! 에메리스! 코타로! 고우명! 타흐마스프!"

"예!"

"부르셨습니까?"

그러자 달려오는 일곱 명의 플레이어들.

"귀하들은 우리를 따른다. 지금부터 록탄 성 공략을 할 것이다. 이 별동대의 파티장은 내가 맡는다. 플레이어 렌이 선두를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필릭스가 별동대 파티원들을 소집하는 사이, 나는 빠르게 키아라 쪽으로 향했다.

"키아라님."

"네, 렌님."

"당분간 제가 자리를 비울 것 같습니다. 카이로시아 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내 말에 키아라가 고개를 갸웃하다가, 손뼉을 짝 쳤다.

"음······. 어그로 끌지 말고 조용히 공중 견제나 하라는 말씀이신 거죠?"

"예.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알겠어요. 어그로가 끌리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고 있을게요."

"부탁드립니다."

키아라에게 목례를 한 나는 다시 별동대 파티원들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준비됐는가?"

"예."

별동대의 파티장, 필릭스의 물음에 나는 길게 숨을 내뿜었다.

록탄 성까지 돌파해 들어가야 하는 상황.

단 한 번만 끊겨도 적들 한가운데에 고립이 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며 정신을 집중했다.

콰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그리고.

"출발합니다."

적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 144화. 총 출동(6) > 끝

< 145화. 스텟 사냥(1) >

"모두 잘 따라오도록."

적들 사이를 파고들자, 필릭스가 등 뒤로 바짝 따라붙었다.

또 다른 부연합 파티장인 마법사 일리아, 정령사인 에메리스, 궁수 고우명, 기사 브룩스가 그 뒤를 이었고, 제일 뒤쪽으로는 거대한 도끼를 든 타흐마스프, 검객 코타로, 기사인 리드와 올리베이라가 후방을 방어하며 뒤따랐다.

그렇게 시작된 돌파.

콰지지지지지지직!

서걱! 서걱!

"태, 탱커! 탱커 어디 있어!"

"탱커들도 못 막습니다! 마법 지원을······."

"야이, 병신 새끼야! 우리 진영 한가운데에다가 마법 터트렸다가 다 뒤질 일 있어!"

천뢰십보로 인해 한층 더 강화된 돌파력을, 적들은 막지 못했다.

전방뿐만 아니라, 내가 창을 휘두르지 못하는 좌우로도 뇌전이 흩뿌려지며, 악마들을 도륙해 나갔다.

"으아아악!"

띠링!

[플레이어 '말루스' 를 처치했습니다.]

[하급 악마 '크로스웰' 을 처치했습니다.]

[플레이어 '크롤러' 를 처치했습니다.]

'이쪽으로 가야겠군.'

거기다 이제는 굳이 마력장이나 초감각이 아니어도, 어느 방향으로 뚫고 들어가야 하는지 천뢰십보가 알려주는 상황.

'여기서 꺾고.'

나는 그저, 파란색 실선을 따라가며 창을 휘두르기만 하면 됐다.

"렌, 끝까지 돌파해줄 수 있나?"

"예."

바로 뒤에서 따라오던 필릭스의 물음에 나는 짧게 대답했다.

어차피 체력 회복을 위해서, 그리고 스텟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나는 선두에 서야만 했다.

거기다 지금은 보너스를 위해 킬 수 1위를 노리고 있기도 하고.

'나쁘지 않군.'

적 진영을 돌파하는 것 만큼, 많은 숫자를 학살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그때부터 내 킬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킬 수 현황]

[1위. '렌' 2,541킬]

[2위. '룬' 2,380킬]

[3위. '주소월' 2,378킬]

[4위. '몽연' 2,002킬]

[5위. '쿠 훌린' 1,989킬]

1위부터 5위까지 따다닥 붙어 있던 킬 수가, 내 돌파를 기점으로 서서히 벌어졌다.

'이대로 순위 굳히기에 들어가야겠군.'

진영 돌파는 깊숙이 들어갈수록 압력이 점점 심해진다.

한마디로 적의 밀집도가 커져 간다는 것.

'그럼 나야 좋지.'

"놈들은 지금 록탄 성으로 향하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탱커들 모두 모여! 길목에서 벽을 만든다!"

악마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우리를 강하게 옥죄어 들어왔다.

녀석들도 우리가 어디로 향하는지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래 봤자야.'

그리고 그건, 내가 바라던 바였다.

띠링!

[<벽력 >이 발동됩니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벽력이 터지자 빼곡하게 모여있던 십수 명의 상반신이 터져나갔다.

"끄아아아악!"

"이런 미친!"

우리의 길목을 어떻게든 자르기 위해 세워두었던 방패 벽이 단숨에 사라졌다.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분발해도 내 킬 수를 따라올 수 없는 이유가 이것이었다.

'적이 많아질수록 나는 더 강해지지.'

물론, 지상군에 한해서지만.

적 진영의 중간 쯤 가르자, 적 공중 병력들도 이상함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저기! 몇 놈이 록탄 성으로 간다!"

"우리가 막고 오겠습니다!"

쐐애애애애애액!

중급 악마 스물 정도가 우리 쪽으로 날아들었다.

'고주몽이 견제해주는 건······ 쉽지 않겠군.'

혼자서 공중전을 펼치고 있다 보니, 고주몽은 적 공격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벅차 보였다.

'하는 수 없지.'

저 스무 명의 중급 악마를, 직접 처리하는 수밖에.

"위는 신경 쓸 것 없다. 우리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지."

그때, 뒤에서 따라오던 필릭스가 하늘로 방패를 세우며 말했다.

다른 부연합 파티장인 일리아도 영창을 시작했다.

현재 나는 빼곡하게 막아서는 악마들을 뚫으며 길을 만들고 있는 상황.

하늘 위까지 신경 썼다간 속도가 느려져, 적에게 둘러싸일 수도 있었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서걱! 서걱! 서걱!

"커헉!"

더 빠른 속도로 전방을 뚫어내는 것 뿐.

[격랑하는 겨울의 향기!]

그때, 마력장을 통해 일리아가 시전한 수십 개의 마법이 허공으로 난사되는 게 느껴졌다.

콰과과과과과광!

무려 열 명의 중급 악마가 일리아의 마법에 적중되어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흐읍!"

챙! 채챙! 챙! 챙!

그와 동시에, 필릭스가 엄청난 속도로 활공하는 악마들에게 방패를 내밀고, 검을 휘둘렀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엄청난 냉기가 주변을 잠식해 들어갔다.

'과연.'

확실히 고위 플레이어들답게, 날개가 있는 존재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쇄도해 들어오는 중급 악마들의 공격을 막고 있는데도, 여유가 느껴질 정도.

'이 정도라면 공중전은 신경 꺼도 되겠는데.'

"으으······."

서걱!

길을 뚫는 내 팔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꽈아아아아앙!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앙!

초월 플레이어들과 타락 천사 간의 전투에서 발생한 충격파가 우릴 덮쳐왔다.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군.'

멀리서 날아오는 충격파가 전보다 더 세진 느낌이었다.

└와 ㅆㅂ 개쩐다 ㅋㅋㅋㅋㅋ 맨날 플레이어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것만 보다가 치천사급이랑 싸우는 거 보니까, 치천사가 걍 넘사네 ㄷㄷ

└ㅋㅋㅋㅋㅋ? 천계에서 꼴랑 다섯 명 있는 치천사가 애 이름이냐? 난 오히려 초월 리그 애들이 상대가 된다는 게 더 놀라울 정도인데?

└확실히 이전에 비해서 콜로세움의 수준이 전체적으로 상승한 느낌임. 마계 애들 상대로도 그냥 찍어 누르네 ㄷㄷ

└하위 리그에서부터 서로 경쟁하고, 갈려 나가서 그중에 가장 강한 몇 명만 살아남은 천계와, 그냥 들어가서 닥치는 대로 아몰랑 지옥 돌격 하는 마계와의 차이지. 이런 시스템은 장기적으로 흘러가면 결국 전체적인 수준이 계속해서 올라갈 수밖에 없음.

└하위 리그만 보던 찌끄레기는 아봉하고 관전 중입니다. 수준 높은 경기네요~

└상위 리그만 보던 찌끄레기2는 아봉하고 관전 중입니다. 수준 높은 경기네요~2

└고위 리그만 보던······.

└글자 수 늘리지 말고 꺼져.

"오오! 뚫었다!"

"휴우. 이제 좀 살겠네."

지상군을 일자로 양분한 후 빠져나오자, 뒤에서 따라오던 상위 플레이어들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앞뒤좌우, 거기다 하늘까지.

어디로 고개를 돌리든 악마들이 가득했기에, 적 진영을 빠져나오자마자 긴장감이 풀린 것이다.

"본 게임은 지금부터다. 모두 긴장하도록!"

그걸 경계한 필릭스가 작게 소리쳤다.

나 또한 필릭스와 생각이 같았다.

루에타 요새전을 겪으며, 내부 침투가 얼마나 아찔한 것인지 알고 있었으니까.

"모두 놈들을 막아!"

"절대 성 내부로 들어가게 해선 안 돼!"

콰과과과과과광!

뒤쪽에서 악마들이 화살을 쏘고, 마법을 흩뿌리며 우릴 뒤쫓았다.

이대로는 우리가 쫓기는 그림이 연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일리아가 때마침 마법을 시전해, 발목을 잡아준 덕분에 그런 불상사는 생기지 않았다.

[거대한 땅의 향연!]

"어어! 내 손! 손 좀 잡아줘!"

"빨려 들어간다아악!"

"밀지마! 밀지 말라고!"

'나이스 어시스트.'

전에 대가의 제단에서 경험했던, 거대한 늪이 우리와 악마들 사이를 가른 것이다.

녀석들은 늪에 빠져 허우적대며 더 이상 우릴 쫓아오지 못하고 있었다.

"필릭스님, 지시를."

"그대, 요새나 성 공략 경험이 있는가?"

내가 정면을 응시한 채 작게 묻자, 필릭스가 역으로 내게 질문했다.

"루에타 요새를 공략했습니다."

"음. 그럼, 내부 수색도 그대가 선두를 선다. 난 계속해서 공중에 대한 방어를 하겠다."

"알겠습니다."

눈앞에 나타난 거대한 성.

그리고 그 입구를 굳게 막고 있는 성문.

앞으로 1분에서 1분 10초 정도면 록탄 성에 다다를 것이다.

필릭스는 성문에 대한 지시가 따로 없었다.

그리고 그의 바로 뒤에서 따라오던 일리아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읊조리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아성牙城의 벽력!]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하늘에서 한 줄기 거대한 벼락이 성문으로 내리꽂혔다.

아니, 임팩트 만으로는 거대한 망치가 성문을 찌부러트린 것 같았다.

먼지를 동반한 엄청난 충격파가 우릴 덮쳐왔다.

"······!"

"······!"

어마어마한 위력에 다른 플레이어들이 숨을 들이켤 정도.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미쳤네.'

일리아는 카이로시아처럼 고위 마법을 시전한 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마법은, 상위 리그 소속 마법사 서너 명이 동시에 시전한 것과 비슷할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 일리아는 방금 전에 한차례 추격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마법을 시전한 상황.

'이게 고위 리그의 마법사.'

한마디로 고작 1분 남짓한 영창으로 저런 위력의 마법을 시전한 것이다.

영창 속도도 빠르고, 위력도 어마어마하다.

'저 정도면 굳이 칼을 빼 들지 않아도, 마법만으로 처리가 가능하겠어.'

아마 일리아는 콜로세움 내에서 가장 강한 마법사들 중 하나일 것이다.

콜로세움 내에서 각 직업군의 생존율을 생각해보면, 고위 리그 이상 올라간 마법사의 숫자는 손에 꼽을 테니까.

'카이로시아를 일리아처럼 육성시켜야겠군.'

고위 마법을 본 이후, 나는 카이로시아를 어떻게든 끌고 올라갈 생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일리아 같은 고위 마법사와 함께 미션을 수행한다는 건 어떻게 보면 행운이었다.

어떤 식으로 육성해야 하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

뿌우우우우우―

그때, 성벽 위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한 악마가 거대한 뿔피리를 불었다.

록탄 성의 하늘에서 미세한 막 같은 게 느껴졌는데, 공중에서 누군가 침투할 수 없도록 결계 같은 것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필릭스님! 적 공중 병력의 절반가량이 록탄으로 선회했습니다! 앞으로 1분 정도면 도달할 것 같습니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이다! 공중 병력은 나와 일리아님이 맡을 테니, 그대들은 지상군을 처리하도록! 렌, 그대가 알아서 방향을 잡아라!"

제일 뒤쪽에서 따라오던 올리베이라의 말에 필릭스가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예."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나는 속도를 높였다.

'이제부터 시간 싸움이겠군.'

여기 있는 열 명 중에서 날개가 달린 중급 악마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세 명 뿐이었다.

나, 필릭스, 그리고 일리아.

나머지 일곱 명은 하급 악마나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숫자가 어마어마하네.'

그런데 록탄 성으로 날아오는 중급 악마의 숫자는 아무리 못 해도 백 명이 넘어 보였다.

성 내부를 수비하는 병력들도 있을 테니, 저 백 명의 중급 악마까지 합류한다면 록탄 공략은 해보나 마나.

'그 전에 마성석을 부숴야 해.'

상황을 정리한 나는 창을 고쳐 잡았다.

"적이 침투했다! 숫자는 열 명!"

"지원군이 오고 있으니, 어떻게든 여기서 시간을 끌어야 한다!"

성 내부로 들어온 나는, 곳곳에서 몰려나오는 하급 악마들을 베어 넘기며 중심부 쪽 첨탑으로 길을 잡았다.

록탄 성의 구조도, 우리의 스타팅 포인트였던 레반 성과 비슷했다.

탁 트인 광장, 그 중심부에 우뚝 솟아 있는 첨탑.

그리고 방대한 크기치고는, 몇 개 되지 않는 건물.

레반 성에선 중앙 첨탑에 신성석이 박혀 있었으니까, 이곳도 첨탑에 박혀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어어! 뚫린다! 이쪽 지원을···..!"

서걱! 콰지지지직! 서걱! 서걱! 콰지지직!

한동안 몰려드는 지상군을 돌파하는 데 집중한 덕분에, 우리는 금세 중앙 첨탑에 도달할 수 있었다.

'꽝이군.'

하지만 중앙 첨탑 어디에도, 전에 봤던 영롱한 빛깔의 마성석은 보이지 않았다.

옅은 한숨을 내쉰 나는 곧장 방향을 틀었다.

"첨탑에 타깃이 없는 관계로, 지금부터 지하로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을 수색하겠습니다."

중심부엔 고작 일곱 개의 건물밖에 없었다.

이곳이 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긴 하지만, 진짜 성이라는 개념이라기보단 마성석을 보호할 전진 기지 같은 느낌.

그래서 건물이 몇 개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놈들이 숙소 건물로 들어갔습니다!"

그중 4층 정도 되는 첫 번째 건물의 문을 박차고 들어간 나는 곧바로 창을 내질렀다.

서걱!

"커헉······!"

그러자 우릴 기습하기 위해 숨죽인 채 기다리던 세 명의 악마가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채 고꾸라졌다.

마력장과 초감각을 통해, 녀석들이 문 너머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덕분이었다.

"······."

순식간에 세 명의 악마를 처리하자, 필릭스와 일리아가 숨을 짧게 들이셨다.

'여긴 없군.'

건물 내부에서 제법 많은 숫자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하지만 대부분 위층에서 느껴지는 것들이었고, 계단도 위로 올라가는 것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바로 옆 건물로 가겠습니다."

"제대로 수색도 해보지 않고 그게 무슨······!"

내가 문을 박차고 들어서자마자 뒤로 빠지자, 파티원 중 한 명이 황당하다는 듯 반문했다.

하지만 필릭스가 한 손을 들어 제지하며 곧장 내 뒤를 따라붙었기 때문에, 파티원의 말은 끝까지 이어질 수 없었다.

쾅!

"옆 건물로 이동하겠습니다."

쾅!

"옆 건물로 이동하겠습니다."

그런 식으로 여섯 개의 건물에서 빠져나와, 일곱 번째 건물로 향할 때였다.

"적 공중 병력이 도달했습니다!"

올리베이라의 말대로, 백 명에 이르는 중급 악마들이 록탄 성의 성문을 통과하고 있었다.

여섯 개의 건물을 수색하는 동안 금세 1분이란 시간이 흐른 것이다.

"상관 말고 플레이어 렌의 뒤를 따른다."

동요하는 파티원들 사이로, 묵직한 음성이 내리깔렸다.

필릭스의 목소리엔 단 한 치의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쾅!

"죽······!"

"여기가 어디라고······!"

서걱! 서걱! 서걱!

일곱 번째 건물에서도 역시, 우리를 기습하기 위해 세 명의 악마들이 숨어 있었다.

단숨에 그들을 베어버린 나는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젠장, 여기도 올라가는 계단밖에 없잖아!"

"어, 어떡합니까, 필릭스님?"

내부를 살핀 파티원들의 목소리가 잘게 떨렸다.

하지만 나는 내부로 들어오자마자, 이곳에 지하로 향하는 길이 있음을 깨달았다.

물론 올라가는 계단밖에 보이지 않지만, 다른 건물들과 달리 지하에서 인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여기군.'

그것도, 벽 너머에서.

띠링!

[<벽력 >이 발동됩니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벽을 향해 힘껏 내리치자, 엄청난 먼지가 피어올랐다.

단 한 번의 공격에, 한쪽 벽이 통째로 사라져 있었다.

"젠장! 들켰······!"

"모두 막······!"

서걱!

그리고는 자욱하게 피어오른 먼지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벽 너머에 있는 악마들을 단숨에 도륙했다.

"여기에 숨어 있었군. 바로 돌입하지."

기민하게 등 뒤로 따라붙은 필릭스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제 마성석을 부수러 내려갈 차례.

나는 지하로 발걸음을 옮기며 우악스럽게 창을 쥐었다.

'여기서도 고결한 수정이 나오겠지.'

또 한 번, 스펙업을 할 시간이었다.

< 145화. 스텟 사냥(1) > 끝

< 146화. 스텟 사냥(2) >

└님들 얼른 붉은 얼음의 대지 쪽 보셈 ㄱㄱ 고주몽 연합 파티에서 열 명 정도가 록탄 성 공략하려고 침투함 ㄷㄷ

└ㅅㅂ? 초월 플레이어들이 치천사 사냥하는 거 봐야 하는데ㅡㅡ 하필 타이밍이 겹치네ㅜ 침투하는 것도 보고 싶은데..

└뭘 고민함 ㅋㅋ 그냥 사냥하는 거 보셈ㅎ 초월 리그 관람료가 100만 포인트임 ㅋㅋ 지금 아니면 또 언제 초월 리그 애들이 싸우는 걸 보겠음?

└근데 초월 리그라고 해도 별다를 게 없는데? 오히려 좀 지루한 느낌임;

└내가 딱 정리해줌. 지금 초월 플레이어들이랑 치천사 간의 전투는 소모전 양상임.

치천사 : 시간 끌면서, 니플헤임에서 넘어올 지원군을 기다려야겠당.

초월 플레이어 : 소모전을 통해 이득 보다가, 승기가 넘어오는 순간에 전력을 다해야징.

지금으로선 양패구상을 피하지 못할 테니까 이런 소모전은 어쩔 수 없이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음. 결론적으로 잠깐 록탄 성 쪽 보고 온다고 해서 이 전투 안 끝나니까 록탄 성 ㄱㄱ

└오오, 감사여! 록탄 성 침투하는 거 보고 와야겠다ㅎ

└님들 내가 록탄 성 쪽 잠깐 보고 왔거든? 이쪽도 만만치 않게 재밌음 ㅋㅋㅋ 침투 멤버에 필릭스랑 일리아, 그리고 렌까지 껴있음 ㅋㅋㅋ

└야 ㅅㅂ 그걸 빨리 말해줬어야지ㅡㅡ 나도 록탄 침투하는 거 보고 온다 ㅂㅂ

'여기도 루에타랑 비슷하네.'

록탄 성의 지하로 향하는 길은 큰 원을 그리며 내려가게끔 되어있는 구조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루에타는 내리막길이었지만 여긴 계단이라는 것.

'구조가 희한하게 되어있군.'

그리고 루에타보다 원의 크기가 작고, 내려가는 길에 간간이 20평 크기의 방이 하나씩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아니! 녀석들이 여길 어떻게······!"

"천계 녀석들이 침투했다! 어서 밑에 알려!"

"노오옴! 여기가 어디라고!"

계단에서의 소란을 들은 악마 세 명이 방 안에서 몰려나왔다.

녀석들의 등에는 한 쌍의 날개가 달려 있었다.

'중급 악마.'

서걱! 서걱! 서걱!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띠링!

[체력 스텟이 1 상승합니다.]

길을 막아서는 악마들을 쓸어버린 나는 내부를 힐끗 살폈다.

테이블 위에 펼쳐진 거대한 지도.

그 위에 놓인 각종 모형들.

아무래도 작전실 비슷한 공간인 모양이었다.

"마성석은 안 보이는군요. 다시 출발하겠습니다."

내부 확인을 끝낸 나는 다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파바바바바박―

'벌써 따라왔군.'

그와 동시에 뒤쪽에서 다급해 보이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우릴 막기 위해 날아온 중급 악마들이 뒤따라오고 있는 것이다.

'뭐, 상관없지.'

하지만 나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이전과 상황이 180도 달라졌으니까.

'여기선 우리가 훨씬 유리해.'

낮은 천장은 녀석들의 날개를 봉쇄해줄 거고, 좁은 공간은 다수라는 녀석들의 이점을 지워줄 것이다.

한마디로, 일대일 구도로 녀석들을 상대할 수 있다는 뜻.

'게다가 여기엔 고위 플레이어가 두 명이나 있기도 하고.'

필릭스가 뒤쪽에서 막고 있으면 녀석들이 아무리 용을 써도 뚫어낼 수 없을 것이다.

"렌님! 조금만 더 빨리!"

"이러다 따라 잡히겠습니다!"

그러자 뒤따라오던 상위 플레이어들이 재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필릭스의 말에 모두들 입을 다물었다.

"모두 조용. 이대로 간다."

"······."

지금 이 순간, 어떻게 행동해야 우리에게 유리한 지 한눈에 꿰뚫고 있는 것이다.

'이번 공략은 순조롭게 진행되겠는데.'

뛰어난 리딩을 가진 플레이어와 미션을 수행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상대방의 능력치를 확인합니다.]

[이름 : 필릭스]

[성향 : 용기]

[근력 : 389(+?)] [민첩 : 378(+?)] [체력 : 361(+?)]

[정신 : 237(+?)] [지력 : 105(+?)] [마력 : 332(+?)]

[각성 능력 : <혹한의 벽> <특급살기 > <특급보법 > <특급마나운용 > <특급검술 > <특급박투술 > <특급방패술 > <고급궁술 > <최상급단검술 > <상급치료술 >]

[업적 특전 : 걸어 다니는 전술 병기]

'스텟이 더 올랐군.'

처음 확인했을 때 필릭스의 스텟은 200 후반에서 300 초반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근민체가 350을 넘어, 거의 400에 육박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스텟이 상승하는 스킬들을 활성화 시킨 모양.

'앞으로 이런 녀석들을 상대해야 한단 말이지.'

확실히 고위 리그부턴 테크닉, 스킬, 스텟.

이 세 가지의 밸런스가 잘 맞춰져 있는 것 같았다.

'회귀자라는 이점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겠어.'

나는 상위 리그에서 회귀했다.

그리고 1회차 때 얻은, 10년이란 시간 동안 싸워오며 체득한 테크닉으로, 다른 플레이어들을 찍어 누르며 올라왔다.

'거기다 기연을 통해 각종 아이템과 스킬까지 먹었고.'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이 고위 리그부턴 통하지 않는 것이다.

그곳에선 모두들 뛰어난 테크닉과 고급 아이템들을 보유하고 있을 테니까.

'더 노력하는 수밖에.'

타다다다다닥!

뒤쪽에서 들려오는 발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어느새 추격대와의 거리가 100미터 안쪽으로 좁혀져 있었다.

'여기서 한번 털고 가는 게 좋겠어.'

"모두 정지. 여기서 한번 제대로 정리하고 가겠다. 뒤쪽은 내가 맡을 테니 렌, 그대가 전방을 부탁한다."

"예."

필릭스 또한 나와 같은 판단을 내린 것 같았다.

좁은 공간의 이점을 살려, 추격자들을 정리하겠다고 한 것이다.

"뒤쪽에서 지원군이 왔다! 이 틈에 밀어 붙여! 녀석들을 앞뒤로 잡아먹어야 한다!"

그러자 아래쪽에서 올라오던 악마들이 상황을 파악한 듯, 거칠게 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서걱! 콰지지직! 서걱!

나는 녀석들을 차분하게 베어버리며, 마력장의 범위를 필릭스가 있는 곳까지 넓혔다.

이번 기회에 고위 플레이어의 수준을 확실하게 체크해둘 생각이었다.

그리고 시작된 중급 악마들과 필릭스 간의 전투.

"흡!"

쏴아아아아아아아―

그가 방패로 밀치고, 검을 휘두를 때마다 어마어마한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띠링!

[<달의 메아리> 가 외부 온도를 차단합니다.]

스킬 데미지가 너무 세서 달의 메아리 효과가 발동될 정도.

서걱! 서걱!

"커헉······!"

전투가 시작된 지 3분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스무 명에 가까운 중급 악마들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공격력도 나쁘지 않네.'

얼음 속성은 공수 밸런스가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런 만큼 공격력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공격에 몰빵한 불꽃 속성 스킬에 비하면 공격력이 부족한 건 사실이었으니까.

그런데 필릭스는 얼음 속성 스킬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세가 만만치 않았다.

단순히 스킬에 의존하지 않고, 테크닉까지 곁들여 밀어붙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필릭스와 맞붙는 게 아니라서 다행이군.'

하지만 정말 뛰어난 건 수비력이었다.

주창범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탄탄한 방어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 내 수준으로는 어렵겠어.'

내 공격은 필릭스에게 통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필릭스도 날 쓰러트리긴 쉽지 않겠지만.

'더 강해져야 해.'

필릭스와 비교해 보니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나는 여전히 부족하다.

하위 리그, 그리고 상위 리그라는 작은 우물 속에 갇힌 개구리였을 뿐.

'일단 여기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야겠지.'

고결한 수정을 통해 스킬을 진화해 나가는 것처럼 하나씩 해나가면 된다.

스텟, 스킬, 아이템, 테크닉.

내게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채워나가다 보면, 언젠간 고위 리그의 문턱을 밟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달려드는 악마들을 죽이고 있을 때였다.

"모두 뒤로! 뒤로 물러나!"

"퇴각하라!"

필릭스에게 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중급 악마들이 공격을 멈춘 채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물론 도망치려는 건 아닐 것이다.

그렇게 되면 록탄 성의 마성석을 우리가 부수게 될 테니까.

아마 도망가는 척하다가, 우리가 지하 공동으로 들어가는 순간 앞뒤로 공격하려는 거겠지.

'그렇게 되면 곤란한데.'

이곳도 루에타 요새처럼 지하 공동의 크기가 클 것이다.

높이도 제법 높을 것이고.

그곳에서 싸우게 되면 녀석들은 날개라는 무기를 활용할 수 있고, 다수라는 이점을 살릴 수 있게 된다.

어떻게 보면 현명한 선택을 한 셈.

'내가 나서야겠군.'

우리로서는 일대일 싸움이 가능한 지하 계단 통로에서 어떻게든 녀석들을 모두 죽여야만 했다.

마음을 먹은 나는 일리아에게 양해를 구하고, 필릭스에게 향했다.

"필릭스님. 제가 한번 싹 정리하고 오겠습니다."

공수 밸런스야 필릭스가 더 뛰어나겠지만, 화력 면에선 내가 더 낫다.

지금까지 필릭스의 전투를 지켜본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좁은 공간에서의 일대일 전투는 내 사냥 속도가 훨씬 빠를 수밖에 없었다.

"음. 그럼 우린 내부 공략을 진행하고 있겠다."

필릭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건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해볼까.'

창을 고쳐잡은 나는 곧장 악마들을 향해 돌진했다.

띠링!

[<벽력 >이 발동됩니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앙!

"미친!"

"모두 뒤로 빠져! 아예 밖으로 나가!"

내가 엄청난 속도로 쇄도하자, 악마들이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지금 이대로라면 전멸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미 늦었어.'

하지만 녀석들은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도망치는 속도보다, 내가 녀석들을 죽이는 속도가 훨씬 빨랐으니까.

띠링! 띠링! 띠링!

[중급 악마 '헬리온' 을 처치했습니다.]

[플레이어 '네메시스' 를 처치했습니다.]

[중급 악마 '데빌라스' 를 처치했습니다.]

뒷걸음질 치는 녀석들을 한 명씩 정리하며 오르길 한참.

거의 입구 근처까지 밀어붙이고 나서야, 추격해오던 중급 악마들을 모조리 죽일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록탄 성 바깥에서부터 우릴 쫓아왔던 하급 악마들뿐.

'스텟이 제법 짭짤하네.'

고작 70명 가량 죽였을 뿐인데, 스텟이 또 상승했다.

하급 악마들을 죽일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상승률.

"어서 들어가! 놈들이 마성석을 부수는 것 만큼은 막아야 한다!"

여전히 입구에서 하급 악마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나는 녀석들을 무시한 채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녀석들을 처리하는 건 마성석을 깨부순 이후에 해도 늦지 않을 테니까.

'그사이 제법 많이 내려갔군.'

그렇게 한동안 계단을 뛰어 내려가자, 파티원들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렇군요.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

"······저도 도와드리······."

헤어졌던 지점에서 한참을 더 내려간 지점이었다.

파티원들은 계단을 내려가다 말고, 어느 방 안에 모여 있었다.

'어?'

그리고 그 너머로, 네 쌍의 날개를 가진 천사도 있었다.

"필릭스님, 다 처리하고 왔습니다."

"고생 많았다. 덕분에 공략이 순조롭게 진행되겠군."

"그런데 이분은······?"

내가 말끝을 흐리자 필릭스가 옆으로 한걸음 빠지며 입을 열었다.

"아, 인사드려라. 능천사 타니엘 님이다. 악마들에게 납치되어 마계로 끌려가던 중이셨다더군. 타니엘님, 이쪽은 플레이어 렌입니다."

필릭스의 말에 타니엘이 옅은 미소를 피우며 다가왔다.

"그대가 렌이었군. 타니엘이라고 한다. 구해줘서 정말 고맙다."

'······!'

순간 나는 표정 관리를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했다.

타니엘에게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붉은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도대체 왜?'

그녀는 지금 자기소개, 그리고 고맙다는 인사, 이 두 가지밖에 얘기한 게 없었다.

그런데 저 둘 중에 거짓말이 있다?

나는 곧장 악마의 눈을 사용했다.

[상대방의 능력치를 확인합니다.]

[이름 : 발락]

[성향 : 악]

[근력 : 342(+?)] [민첩 : 338(+?)] [체력 : 327(+?)]

[정신 : 274(+?)] [지력 : 204(+?)] [마기 : 394(+?)]

'이런 미친!'

순간 소름이 돋았다.

그녀에게서, 전혀 다른 존재의 상태창이 나타났다.

'큰일 날 뻔했어.'

설마하니 천사의 탈을 쓴 악마였을 줄이야.

악마의 눈이 아니었다면 불시에 기습당해, 전멸당할 뻔한 것이다.

'침착하자.'

타니엘 아니, 발락은 아직 내가 알아차렸다는 걸 모를 것이다.

거기다 녀석의 스텟을 보아하니, 최소 상급 악마.

잘하면 최상급 악마일 수도 있었다.

'기습으로 일격에 죽여야 해.'

발락이 옅은 미소를 피우며 다가왔다.

한 손을 내미는 게, 악수를 하자는 것 같았다.

[<전광석화 > 능력을 사용합니다.]

[10초 동안 민첩 스텟이 +20% 상승합니다.]

나는 표정 관리를 하며 오른손에 쥔 창을 왼손으로 넘기려는 척했다.

'후우. 한 번에 끝낸다.'

그리고 왼손이 창대를 잡는 순간.

'지금!'

양손으로 창대를 쥔 나는 벼락처럼 창을 내질렀다.

섬광처럼 쏘아져 나간 창은 흔들림 없이 목표물을 향해 날아갔다.

푹!

[6급 능천사 '타니엘' 을 처치했습니다.]

'좋았어.'

목을 꿰뚫리자, 발락이 양손으로 부여잡은 채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아니, 이게 무슨······!"

"뭐 하는 짓이냐!"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타니엘을 본 파티원들이 대경실색했다.

모두들 당장이라도 휘두를 듯, 무기를 내게 겨누며 으르렁거렸다.

"잠시만요. 저길 좀 보시죠."

그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나는 타니엘의 시체를 가리켰다.

"이럴 수가······? 마기가······!"

죽은 발락의 시체에서 마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 뭐지? 분명 타락 천사가 아니었는데? 왜 마기가 흘러나옴?

└쟤가 이번에 타락한 치천사 보좌하던 애 아님?

└도대체 뭐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거야 ㅡㅡ

"이게 도대체······ 무슨?"

파티원들은 무척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이해가 되지 않겠지.'

천사가 타락하면 날개의 색깔이 회색으로 변한다.

긴급 미션에서 죽였던 시노엘이 그랬고, 루에타 요새에서 죽였던 레시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발락의 날개는 순백의 하얀색.

그랬으니까 필릭스나 일리아도 발락에게 아무런 경계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후우. 마기가 흘러나와서 다행이군.'

이걸로 내게 씌어졌던 팀킬 혐의는 사라졌다.

이제 지하 공동으로 내려가서 마성석을 부수기만 하면······.

'어?'

뭐지?

순간 나는 홀린 듯 발락의 시체로 다가갔다.

'이게 왜······.'

사방에 피를 흩뿌리며 죽은 발락.

쓰러진 녀석의 손에서 영롱한 빛이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여기 있는 거지······?'

나는 녀석의 시체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손바닥을 억지로 펴자, 초록색 조각 한 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띠링!

[<소모 아이템:가면의 파편(초록)>을 획득했습니다.]

< 146화. 스텟 사냥(2) > 끝

< 147화. 스텟 사냥(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