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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7장. 떠나는 발걸음

817장. 떠나는 발걸음

“서아. 나를 위해서 옷을 몇 벌 골라 주시오. 제나라와 연나라의 접경 지역은 유주에서 불과 50리 떨어진 지역에 있는데, 혹시 그쪽 기후에 대해 알고 있소?”

진운서는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되었을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적지 않은 서책을 읽었다. 유주에 가본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곳 기후 정도는 알고 있었다.

도성은 매우 추웠지만 지금 유주는 온도가 딱 적당할 때였다. 하지만 여름에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더웠다.

의궤에는 소근언의 옷이 줄줄이 걸려 있었다. 대부분 진운서가 혼인 후 구입한 것들이었다.

진운서는 두꺼운 옷 몇 벌과 겉옷, 얇은 내의를 꺼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름에 입는 얇은 상의도 꺼냈다.

이번에 가면 얼마나 오래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니 되도록 많이 준비하는 게 나을 것이다.

옷 한 벌을 꺼낼 때마다 진운서의 마음은 점점 씁쓸해졌다. 결국 옷은 침상 위에 수북이 쌓였다.

소근언이 미간을 찌푸리며 웃었다.

“이제 됐소. 이건 다 가지고 가야겠군.”

말을 마친 그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가 궤짝에서 보자기 몇 개를 꺼냈다. 옷을 다 싸고 보니 보따리는 족히 다섯 개가 되었다.

진운서는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의 움직임이 빨라질수록 그녀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제나라와 연나라의 국경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했다.

오늘 밤, 근언은 분명 오늘 밤 떠나려는 것이다.

“근언, 잠시만 기다려요!”

소근언이 막 침실을 나서려 할 때 갑자기 진운서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그대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잡동사니를 넣어둔 창고로 향하며 진운서는 산하지를 떠올렸다. 그 서책은 여전히 볼품없는 낡고 거친 천으로 싸인 채 책장의 맨 위에 놓여 있었다.

진운서는 이 서책을 건드리고 싶지도, 열어 보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제나라와 연나라의 국경 지역은 지형이 아주 복잡했고 혼란스럽게 얽혀 있었다. 산하지가 있다면 지형을 파악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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