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9장. 유명무실한 이름
잠시 후 진운서는 행렬의 맨 앞에서 말을 타고 있는, 기골이 장대한 사내를 발견했다. 그가 입은 옷은 검은색이었지만 허리끈에 붉은색 장식이 달려있어, 전체적으로는 검은색과 붉은색이 서로 어우러졌다.
소근언은 황제가 친히 봉한 혼례 행렬의 호위 사신으로서 행렬 전체의 안전을 확보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었다.
진운서가 마차에서 내리던 그 순간, 소근언 역시 멀리에서 그녀를 발견했다. 서아는 진부의 마차를 타고 대공주를 배웅하러 온 모양이었다.
그 역시 서아가 오리란 걸 예상하고 있었다.
이내 소근언이 오른손을 치켜들고 살짝 손짓하자, 행렬이 전진을 멈추었다. 유일하게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건 경사를 축하하기 위해 울려대는 쇄납과 사죽의 요란한 소리뿐이었다.
행렬이 멈춰 서자 꽃가마 옆을 걷고 있던 초방전의 대상궁과 그 앞에서 걷고 있던 손 공공도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찾아온 사람을 발견한 그들은 곧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다. 다만 진 대소저는 이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물론 흰색은 아니었지만, 소박한 녹색 옷을 입고 있잖은가.
“상궁, 운서가 온 거야?”
가마 안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상궁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잠시 후, 발이 살짝 흔들렸다. 그러자 깜짝 놀란 상궁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대공주마마, 발을 젖히시면 안 됩니다. 소인이 진 대소저를 데리고 오겠습니다.”
말을 마친 상궁은 황급한 발걸음으로 진운서의 눈앞까지 걸어가, 몸을 굽히며 아주 정중하게 예를 올렸다.
진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이 머물고 있는 곳은 정교하게 단장한 화려한 꽃가마였다. 마차는 붉은색 안료로 칠한 뒤 붉은 비단으로 장식하고 사방으로 여섯 개의 작은 붉은색 등롱을 한 바퀴 둘렀으며, 꼭대기에는 황금으로 만든 구슬이 달려 있었다.
화려하게 꾸며진 가마를 따르는 행렬은 몹시 성대하고 또 장엄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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