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장. 인기척
옆에 있던 류의는 깜짝 놀라서 얼른 예를 올린 후, 초봉가가 들고 있던 찬합을 받아들더니 고개를 숙인 채 진운서의 뒤를 따랐다.
“서아야, 우리는 어려서부터 알고 지냈지. 지금은 너도 다 컸지만, 아직 내 눈에는 그때 그 소녀로 보인다. 하지만 네 처소는 그때와는 많이 달라졌구나.”
그러자 진운서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새 십수 년이 흘러서 여러 번 수리를 거쳤으니, 변한 것이 당연하지요. 태자궁에도 장인들이 자주 드나들지 않습니까?”
작은 소리로 웃는 초봉가의 머릿속에서 어린 시절의 추억이 스쳐 지나갔다.
“크고 나서부터는 태자궁은 고사하고 황궁에도 잘 들르지 않는구나.”
“어린 시절에는 아이였으니 함께 어울려 놀아도 상관없었지만, 이제는 다 큰 규수가 되었는데 어찌 태자궁을 드나들겠습니까?”
“서아야. 앞으로 경치 구경을 가려거든 내게 말하거라. 태의의 말을 들어보니, 네가 산바람을 많이 맞아 풍한이 든 것이라더구나.”
태의의 의술은 정말 고명했다. 진운서는 차라리 민간의 의원을 부르고 싶었다. 황손이 물으면 태의는 바로 대답할 수밖에 없으니, 풍한에 걸린 사소한 일까지 이렇게 소문이 나고 말았다.
“경치 구경을 하러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다음부턴 내가 널 데리고 가마.”
진운서가 눈을 내리깔고 대답했다.
“아버지께서 외출을 허락하지 않으시니, 전하의 호의는 마음으로만 받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재빨리 류의를 향해 눈짓했다.
그러자 눈치 빠른 류의가 얼른 다가와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
“아가씨, 어디 불편하세요?”
진운서는 일부러 미간을 찌푸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하, 서아는 이만 쉬어야겠습니다. 과일은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니 초봉가도 더는 진운서를 붙잡아둘 수 없어 그저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창백한 네 얼굴을 보고 있자니 나까지 마음이 아프구나. 얼른 들어가 쉬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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