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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화. 은폐

445화. 은폐

황제가 대신을 거느리고 궁을 나섰다.

문관은 가마를 타고, 무장은 말을 탔다.

반 시진 정도 걸어가자 깨진 청석 바닥이 보였고 황제가 탄 가마가 흔들거렸다.

문관들은 더 처참했다. 가마꾼들이 깨진 청석을 잘못 밟아 휘청했고, 하마터면 가마가 뒤집힐 뻔했다.

이에 남안왕은 깨진 길을 바라보며 몇 번이고 동향후를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동향후부 사람들의 일 처리 능력에 감탄했다.

‘어떻게 숭국공의 감시하에 길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걸까?’

그런데 동향후도 할 말이 없었다.

아랫사람들이 정성을 다해 일 처리를 했다. 하인들은 이번에 길을 부순 후 다시 부수는 것은 어려울 거라 판단했다. 그래서 이번에 완벽하게 부숴 놓은 것이다.

그런데 오늘 비가 오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다행히 기우제를 지내는 것엔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걷기 어려웠지만 반 리 정도밖에 되지 않아 금방 벗어났다.

* * *

재단이 있는 곳에 도착하자 황제가 대전으로 들어갔다.

황제와 대신들은 대전에, 황후와 대신 부인들은 편전에 있었다.

여인들이 많지는 않았다. 기우제는 무더위를 견뎌야 하는 힘든 일이었다. 필수로 참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많이 참석하려고 하지 않았다.

한편 다들 안주인이 온 데 반해, 소운은 혼자 세자비였다.

궁녀는 모두가 자리에 앉자 차와 간식을 올렸다.

기우제를 지내려면 무릎을 꿇고 있어야 하는데, 차를 마시자니 뒷간에 가고 싶을 것 같았고 마시지 않자니 더운 날에 목이 마를 것 같았다.

귀부인들은 빨리 집에 갈 수 있게, 하느님이 빨리 비를 내려 주기만을 바랐다.

궁녀가 떡을 들고 오자, 소운은 차 반 잔을 마시고 떡을 먹었다.

주 유모는 황후의 곁에 서 있었는데, 소운이 떡을 먹는 모습을 보며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이때 소운은 떡을 한 입 먹고 어딘가 이상함을 느꼈다.

물론 독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맛이 아주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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