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1화. 즐거운 하루 (3)
용경은 남릉예를 힐끗 쳐다본 후, 미소를 지으며 뜰 안으로 향했다.
그의 발걸음은 여전히 우아했고, 그에게 풍기는 기운도 햇볕처럼 따스했다. 아마도 남릉예에게 쌓인 걸 되갚아줬다는 생각에 아주 기분이 좋은듯했다.
남릉예는 입술이 다 뜯어질 정도로 꾹 깨물며 용경의 뒷모습을 굳세게 노려보다 있는 힘껏 발길질을 해 바닥의 구멍을 메꿨다.
그런 뒤, 남릉예는 피로 물든 상의도 벗어던졌다. 안에는 금실로 된 엷은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 위엔 잠사로 된 작은 주머니 같은 것이 무수히 많이 달려있었다. 이제 보니 가시덤불을 메고 남의에게 죄를 청하러 갈 때 흘리던 피는 바로 이 잠사 안에 든 피가 흐른 것이었다.
남릉예는 곧 피묻은 옷들을 품에 안고 동쪽 반파애로 흘러내리는 폭포 아래를 향해갔다.
* * *
천월과 옥청청은 나란히 부엌으로 왔다.
부엌엔 쌀, 밀가루, 절인 돼지고기까지 비축해둔 식량이 아주 많았다. 또 뜰엔 약재 외에 채소밭도 있어 다양한 채소들이 가득 심어져있었다.
모녀는 금세 신속하게 음식을 만들어나갔다.
옥청청은 무공 외에 요리 솜씨도 출중했다. 천월은 옥청청 옆에서 그녀를 돕기만 하다가 살짝 샐쭉하게 입을 열었다.
“아버지께선 먹을 복 하나는 타고나셨네요.”
옥청청이 활짝 웃으며 천월에게 말했다.
“너도 먹을 복을 타고나지 않았니? 소경이 요리를 참 잘하잖아.”
천월이 미소 띤 얼굴로 대답했다.
“맞아요. 저도 요리하는 걸 좋아해요. 할 줄 아는 게 몇 가지 없긴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에게 음식을 해주고, 그 사람이 맛있게 먹어주는 것 또한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도 요리를 많이 배우고 싶어요.”
“월이 넌 참 지혜롭고 현명한 아이 같구나. 나도 사실 인생을 살면서 느낀 것인데,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함께 먹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편안하게 즐기며 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삶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천월도 고개를 끄덕이며 옥청청의 말에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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