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화. 걸교회에서

53화. 걸교회에서

넓고 긴 호봉(*芦篷: 두 종류의 직물로 편직한 방석이나 양탄자 같은 것)을 끼고 돌아, 주 유모는 세 사람을 호봉 동쪽으로 데려갔다. 세 개의 팔걸이의자가 하나의 원탁을 둘러싸고 있었고, 탁자 위에는 차와 과자가 놓여 있었다. 주위에는 열 명 남짓한 고가의 어멈과 막일하는 시녀들이 손을 모으고 서 있었다. 진주와 시녀들은 운산, 운환, 소난을 부축해 자리에 앉도록 했고, 차를 올렸다.

소난이 차를 들고 천천히 마시면서 주위를 유심히 살폈다. 옆에 선 손 유모가 웃으며 설명했다.

“잠시 후 길시가 되면, 지난번 걸교회의 우승자가 들어와 모든 분을 이끌며 침신(針神)께 제사를 지내고, 자수 경기를 시작합니다. 그 뒤에 월주지주(越州知州) 정 대인께서 단상에서 올해의 자수품을 평가하고, 올해의 일등을 발표하게 될 것입니다.”

“일등은 어떻게 나오는 것이지?”

“상리진에서 이 걸교회를 연 지 여러 해가 지났습니다. 평가는 꽤 공정하지요. 오늘 아침부터 전시한 자수품은 모두 서명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모든 자수품 앞에는 작은 통만 매달려 있고, 자수품을 보러 들어오는 사람들은 작은 대나무 표찰을 받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제일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자수품의 통에 투표하지요. 이것이 첫 번째입니다. 두 번째로 월주에 있는 몇몇 큰 침선방들에서는 각자 식견이 넓고 예술에 조예가 깊은 관사나 수낭을 추천해 보냅니다. 이들이 함께 또 한 번 평가해 일등을 정하지요.”

운산과 운환 역시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손 유모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운환이 잠시 생각하더니 웃으며 물었다.

“통 안에 표찰에 가장 많은 자수품이 가장 뛰어난 것이라고 공인된 것일 텐데, 만약 침선방의 평가와 다르게 나온다면 어떻게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