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화. 나쁨과 좋음
왕비가 손에 든 잔을 내려놓고 그를 몇 번 쳐다보더니 천천히 물었다.
“올해 중양절 과자가 예년과 다르다던데, 대체 무슨 이유인가?”
평안이 살짝 허리를 굽히면서 시원스레 대답했다.
“예, 왕비님. 세자께서 분부하셨습니다. 올해 왕부의 중양절 간식을 하나는 왕부의 점심방에서 나온 것으로 하고, 다른 하나는 여미재의 것으로 하여 전부 짝을 맞추어 보내라 하셨습니다. 소인은 당치 않을 것 같아서 다시 왕야의 지시를 청한 다음에야 세자의 분부대로 선물을 보냈습니다.”
순간 얼굴에서 긴장이 풀린 왕비가 미소를 지었다.
“이 일은, 왕야께서도 고개를 끄덕이셨다고?”
“예!”
왕비는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됐네. 별일 아닐세. 그냥 물어본 것이니 가서 일 보게.”
평안은 공손하게 장읍하고는 물러났다. 구 어멈은 손을 모으고 서서 곁눈질로 한가로이 등받이에 기댄 왕비를 살펴보더니, 뱃속 가득한 말을 억지로 눌렀다.
* * *
이튿날 아침. 정각이 소난을 데리고 정원을 나와서 그녀가 가마에 오르는 것을 보고는 잠시 뒷짐을 지고 있다가, 몸을 돌려 안서재에 있는 여남왕에게 이야기를 하러 갔다.
정각은 안서재의 문을 닫고 부친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에, 말에 올라 곧장 호부로 향했다.
정오가 가까울 무렵까지 바빴던 정각이 원산을 불러들여 분부했다.
“공부에 가서 경왕야께 여쭈어라. 점심은 어디 가서 드시는지 말이야.”
원산이 대답한 뒤 물러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허리를 숙이며 아뢰었다.
“경왕야께서 말씀하시길, 점심은 왕부로 가서 드신다고 합니다. 이미 오전에 준비하라고 분부했다고 하셨습니다.”
정각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오가 막 지난 때, 정각은 호부 관아에서 나와 경왕부로 향했다.
두 사람은 밥을 먹고 안서재에 앉아 차를 마셨다. 주경연이 다소 기죽은 표정으로 흔들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은 채로 천천히 몸을 흔들었다. 정각은 부채를 천천히 흔들면서 주경연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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