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화. 아내
주경연은 화가 난 듯 말을 더듬다가, 성난 표정의 정각을 보더니 잠시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는 듯했다. 정각은 뒤로 기대더니 반쯤 눈을 가늘게 뜨고 유유하게 한숨을 쉬며 감탄하듯 말했다.
“소경, 형님은 몰라. 전혀 모를 거야. 내가 청연원에 돌아왔을 때, 소난이 있으면 온 집안이 온통 향기로워.”
주경연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힘없이 손을 흔들었다.
“이 못난 놈아! 내가 어째서 진작에 네가 변변치 못한 놈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지? 좋다, 좋아. 널 내버려 둘게, 네 마음대로 해라! 넌 좀 자중해야 해. 처소 안팎에서 너무 과하게 구는 것은 안 된다고. 만약 네가 아내를 두려워한다는 말이라도 전해진다면, 너나 소난에게 모두 나쁜 일이야!”
“안심해. 내게도 분별력은 있으니.”
정각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무슨 뾰족한 수는 없는 건가? 형님은 나보다 한 살이나 더 많으니, 형님 쪽에서 먼저 적자를 두어야지.”
정각이 고개를 돌려 주경연을 바라보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주경연은 얼굴빛이 어두워지며 답답한 듯 콧방귀를 뀌었다.
“적자? 적? 흥, 됐다!”
정각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걱정스럽게 주경연을 바라보다가 부채를 가볍게 두드리면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주경연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떨군 채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고개를 들어 정각을 향해 나지막이 말했다.
“충의백의 적녀(嫡女) 손완약(孫婉若)이 이번 중양절에 입궁해 조하했을 때, 어머님께서 특별히 그녀를 초대하셨다고 해. 네가 천월을 시켜 그녀의 인성과 평판을 알아보라고 해. 자세할수록 좋아.”
정각이 주경연을 바라보더니 천천히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경연은 손을 들어 이마를 쓰다듬더니 슬픈 듯 한숨을 내쉬다가 고개를 돌려 정각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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