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화. 연루
여전히 심통 난 얼굴로 욱근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이우가 정원을 가로질러 문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이우가 이렇게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던 욱근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그녀가 오겠다고 답을 준 것이냐?”
“우우…….”
이우가 긍정의 뜻으로 길게 울었다.
“용담! 이우에게 뼈다귀 한 그릇 더 내어줘!”
이우에게 뼈다귀를 가져다준 용담은 신나게 뼈다귀를 뜯는 이우를 보다가 다시 욱근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의 주군은 아래턱을 쓰다듬으며 헤실헤실 멍청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야말로 정말 누가 볼까 무서운 모습이었다.
“주군, 강 소저와 그렇게 만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인에게 홀랑 혼이 빠지다니. 내가 아는 주군은 여인의 미모에 흔들릴 분이 아니란 말이다!’
“뭐가 부적절하단 말이냐!”
욱근의 미간에 깊은 내 천(川)자가 나타났다.
다른 황자들과 전혀 다른 생활을 해온 욱근이 용담, 냉영과 신분고하를 뛰어넘어 막역한 사이였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주군께서도 강 소저를 잘 모르시지 않습니까. 강 소저께서 어떤 장점이 있는지도 모르시는데 그 정도로 빠질 만한…….”
욱근이 용담을 흘끗 보며 일별했다.
“강 소저의 장점을 아직도 모르겠느냐?”
“소인은 모르겠습니다!”
‘안다 한들 무서워서 말할 수가 있나.’
“아름답지 않으냐.”
“예?”
용담은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뚜렷한 장점이 있는데 그게 안 보인단 말이야?”
용담이 침음을 흘리다가 다시 물었다.
“그럼 단순히 강 소저가 아름답기 때문에…….”
“왜? 이유로 부족하느냐?”
‘어릴 적 여자아이로 오인 받아 기루에 팔렸을 때, 우연히 아서가 나를 구해줘서 한눈에 반했다고 구구절절 말할 순 없지 않은가.’
이렇게 부끄러운 일은 남은 물론 아서에게도 절대 말할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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